27일 개막하는 2010 정규시즌 프로야구가 6∼21일 열리는 시범경기로 미리 몸을 데운다. 시범경기 1위를 한 팀이 시즌이 끝나면 맨 뒷순위에 있을 때도 있다. 지난 시즌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시범경기에서 5위를 했다. 시범경기 순위에 의미를 둘 일은 아니란 얘기다. 시즌 시작에 앞서 각 팀 감독에게 목표 순위를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표는 웬만하면 우승이다. 조금 낮춰 잡아도 최소한 4위다. 하지만 겨우내 땀을 쏟은 전지훈련에 대한 감독들 나름의 평가를 들여다보면 올 시즌 각 팀의 야구가 어떤 색깔을 띨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KIA 조범현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훈련으로 선수들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여유가 생겼다는 게 전지훈련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KIA는 지난 시즌 우승의 원동력이 된 탄탄한 선발진을 한층 더 담금질해 시즌 시작부터 6선발 체제로 출발할 수 있게 됐고 나지완 최희섭 김상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화력도 더 세졌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지난 시즌 투수 김광현과 포수 박경완 등 핵심 전력 부상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SK는 언제든지 대체 투입할 백업 요원을 키우는 것이 겨울훈련의 테마였다. 포수를 보는 이재원이 타격과 수비에서 일취월장한 것이 큰 소득이다.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뒤 3연패로 역전패한 뒤 “역시 선발이 문제다. 선발진을 보강해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던 두산 김경문 감독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 라인업을 일찌감치 구성한 게 무엇보다 든든하다”고 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과 히어로즈에서 영입한 이현승, 김선우로 이어지는 4선발을 확정했고 나머지 5선발을 고민하고 있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야구를 훈련 기간 내내 주문했다. 롯데는 2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 최하위 한화 역시 “패배의식에 젖어 경기에 져도 별 생각이 없는 선수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 감독은 “절대 무기력한 경기를 하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는 야구, 근성의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당장의 우승 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LG와 히어로즈는 선수 간 무한경쟁을 통한 전력 상승을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이현승, 이택근(LG), 장원삼(삼성)이 빠져나갔고 전력 보강이 안 됐다”며 “주전으로 정해진 선수는 거의 없다. 무한경쟁을 통한 동기부여만이 히어로즈가 살 길”이라고 설명했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경쟁 구도가 자리 잡아 팀에 활력이 넘치는 게 무엇보다 희망적”이라고 말해 주전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어느 해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부상 없이 마무리한 것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성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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