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00]兩朴雙龍… 그대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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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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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 이 기간에 한국 축구의 명운이 갈린다.
3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딱 100일 남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마치면 월드컵 한 달 전인 5월 중순쯤에야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은 50일을 남겨두고 “지금 우승 가능성은 50%다. 50일 동안 하루에 1%씩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때는 선수들이 월드컵에만 집중하며 훈련할 수 있어 가능했다. 이번엔 K리그를 포함해 각국 리그 일정상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한 달 전에 소집해 훈련해야 한다. 특별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허 감독은 “분석과 소통으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 100일 앞으로
태극전사 이끌 지성·주영·청용·성용 주목!


#1 문제 하나. 지난해 축구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난 뒤 한국은 파라과이-호주-세네갈과 릴레이 평가전을 치렀다. 세 경기를 통해 드러난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유럽파 출전=승리’ 공식이 적용됐다는 것. 이 세 경기에서 한국이 뽑은 결승골은 모두 유럽파의 발끝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와 유럽방문 평가전에서 0-1로 패하며 긴 연승 행진을 마감했지만 유럽파를 앞세운 대표팀은 강호 세르비아와 팽팽히 맞서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 경기 내내 한숨이 나왔다. 3골이나 내준 수비진도 그렇지만 더 답답했던 건 짜임새 없는 공격과 미드필드 라인. 선수들은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9명으로 싸워도 이긴다’던 중국에 0-3으로 완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허 대표팀 감독은 “유럽파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력 차이가 크다. 본선 전까지 국내파를 유럽파 수준까지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박(兩朴)’…부지런히 달리고, 축포 쏜다


“유럽파의 수준 차이가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의 가장 큰 차이다.”

최근 일본 언론이 한 얘기다. 이 언론은 ‘부럽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유럽파의 인상적인 활약상을 소개했다.

연일 뛰어난 활약으로 국내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유럽파는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다.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100일 앞으론 다가온 월드컵 본선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국내에서 해외파의 비중이 이렇게까지 절대적이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럽파의 발끝에 한국 성적의 50% 이상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양박쌍용’의 대표주자다. 시즌 초반 부상에 슬럼프까지 겹치며 소속팀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부진이 이어졌지만 최근 자기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달 1일 아스널전에서 시즌 첫 골을 뽑은 뒤엔 선발 출전 기회를 늘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도 “이제 부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월드컵 본선 때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지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표팀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실제 1월 국내파 위주 대표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박지성은 25명 가운데 가장 많은 13명으로부터 ‘월드컵 본선 한국의 키 플레이어’로 뽑혔다. 신예 골잡이 이승렬(21·FC 서울)은 “지성 형이 미드필드 한 가운데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형이 부지런히 뛰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생긴다”고 전했다.

‘축구 천재’ 박주영(25·AS 모나코)은 대표팀 골 결정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구세주다. 최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만 8골을 뽑아내는 등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골대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정교한 슈팅도 그렇지만 다른 공격수들까지 살려주는 영리한 움직임이야말로 최대 장점. 기 라콩브 AS 모나코 감독도 최근 “박주영은 리그 15골은 거뜬히 뽑아낼 수 있는 선수”라며 “뛰어난 반사 신경과 골 결정력은 이미 세계 정상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쌍용(雙龍)’…중원은 우리가 책임진다

‘쌍용’ 이청용(22·볼턴)과 기성용(21·셀틱)은 대표팀의 대들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특히 ‘블루 드래곤’ 이청용의 올 시즌은 눈부시다. 리그에서 이미 5골 5도움을 기록한 그는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해외에 진출한 국내 선수 가운데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 이후 처음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란 평가까지 받았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이청용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에 창의적인 플레이까지 더해 ‘완성형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침착한 성격에 기복 없는 플레이는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청용이 대표팀의 ‘발’이라면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기성용은 ‘머리’다. 창조적인 패스에 정교한 중거리슛 능력을 바탕으로 대표팀 중원의 사령관으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큰 경기에서 투쟁심이 더 불타오른다는 승부욕도 본선을 앞두고 그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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