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할 말을 잃었다.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이후 18년 만에 올림픽 노 골드의 수모를 겪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 얘기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나선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메달 예상 종목이 없었을 정도.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인 진선유가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데다 또 한 명의 기둥이던 정은주마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
이번 올림픽에서 박승희(광문고)가 1500m와 1000m에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이은별(연수여고)이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총 3개의 메달을 차지했지만 결국 금빛 소식은 전해주지 못했다. 금 2개와 은메달 3개를 합작한 남자 대표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두고두고 아쉬운 것은 지난달 25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이었다. 한국은 세계 최강 중국을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김민정이 중국 선수에게 임피딩(밀치기 반칙)을 범했다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이어오던 계주 5연패의 꿈도 산산조각 났다. 반면 중국은 3관왕에 오른 왕멍을 앞세워 쇼트트랙 여자 종목에 걸린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기대했던 계주에서 1위를 하고도 실격을 당해 아쉽다”며 “진선유와 정은주 등 에이스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부상과 세대교체로 전력이 약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전 부회장은 이어 “작은 성과라면 세대교체의 주역인 이은별과 박승희가 괜찮은 성적을 낸 것”이라며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대비해 철저한 분석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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