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外 첫 금… “빙속도 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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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메달 31개중 29개 쇼트트랙-2개 빙속

19세기 후반 한국에 머물던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을 보면 한국에 서양식 스케이트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94년으로 나온다. 1929년 본보 신년호 ‘조선 체육계 과거 10년 회고’에 따르면 한국인은 1905년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그로부터 한 세기도 넘게 흘러 모태범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여 년의 오랜 세월을 보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까지 모두 31개의 메달(금 17, 은 8, 동메달 6개)을 따냈다. 이 중 은 1, 동메달 1개를 제외한 나머지 29개의 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16일 모태범이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틀 전에는 이승훈이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해묵은 메달 편식증을 단번에 고쳤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정상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림픽에서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남자 500m에 출전한 배기태는 세계선수권을 세 차례 정복한 강자였지만 올림픽에선 5위에 그쳤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목에 걸자 곧 금메달의 꿈이 실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1994, 1998, 2002년 3개 대회 연속 노메달로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이강석이 500m 3위에 오른 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다시 희망을 찾았고 이번에 기어코 일을 냈다.

이번 대회 이승훈의 은메달은 아시아 선수는 장거리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렸다. 연이어 터져 나온 모태범의 금메달은 체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단거리, 장거리 모두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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