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초 차 金…모태범 생일 자축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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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7시 00분


형들에 가려진 다크호스 “언론 무관심이 도움…최고의 생일선물!”

‘설마’했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다크호스’ 정도로만 꼽혔기에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를 집어삼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모태범(21·한국체대)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땅에 스케이팅이 소개된 지 116년 만에 이룩한 최대 쾌거다.

모태범은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69초98)를 0.16초차로 제치고 금빛 찬란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 3위는 일본의 가토 조지(70초01).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아시아선수가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고종 황제 시절 이 땅에 머물렀던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저술한 ‘조선과 이웃나라들’을 보면 1894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경복궁 향원정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스케이트 파티’를 열었다고 기록돼 있다. 문헌상으로 우리나라에 서양식 스케이트가 처음 소개된 뒤 116년 만에 모태범은 스피드 스케이팅의 신기원을 열어젖혔다.

남자 500m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번 대회 금메달 유력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모든 시선은 이강석(의정부시청)과 이규혁(서울시청)에게 쏠렸다. 막상 올림픽 무대가 열리자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급반전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92의 성적으로 미카 포탈라(핀란드·34초86)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2차 레이스에서도 34초90의 성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82.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전광판 맨 위에 뜨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김관규 감독과 얼싸안고 감격을 나눈 뒤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휘날리며 링크를 돌았다.

모태범은 “그동안 언론에서 무관심했던 게 오히려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내가 나에게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을 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울고 싶은데 눈물이 잘 안 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이강석은 합계 70초04를 기록하면서 4위에 그쳐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맏형 이규혁은 70초48로 15위, 문준(성남시청)은 71초19로 19위에 머물렀다.

한편 모태범은 18일 1000m, 21일 1500m에 출전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500m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이 여세를 몰아 자신의 주종목에서 다시 한번 금빛 찬가를 부를지 기대된다.

밴쿠버(캐나다) l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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