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빅리그” 김병현 다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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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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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 3년만에 메이저 복귀 기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2년 가까이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 있던 선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김병현(31)이니까.

김병현이 3년 만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기회를 잡았다. AP통신과 ESPN 등은 2일 샌프란시스코가 김병현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김병현은 18일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서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한다. 2008년 3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되기 전 스프링캠프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던졌으니 2년 만의 복귀다.

김병현은 타고난 야구선수다. 키 179cm, 몸무게 80kg 내외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사이드암스로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졌다.

1999년 애리조나에 입단할 때는 한국 선수로는 가장 많은 225만 달러를 받았고, 그해 곧바로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는 박찬호(전 필라델피아)조차도 못했던 일이다. 재능도 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경기 후 그물을 향해 공을 던지다 잠이 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반지를 2번이나 꼈고, 전통 명문 보스턴과 2년간 1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54승 60패 86세이브에 평균자책 4.42.

하지만 적지 않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아직도 많은 미국 팬이 애리조나에서 뛰던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동점 홈런을 맞은 김병현을 기억한다.

국내에선 사진기자와의 폭행설에 휘말렸고, 보스턴 시절에는 관중석을 향해 모욕적인 행동을 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전지 훈련 직전 여권을 분실해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 무적(無籍) 선수로 있으면서 진로를 고민했던 그는 마음을 다잡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꾸준히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에 관한 한 완벽주의자인 그는 자신의 공에 대해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지난해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어서, 은퇴해도 더는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반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입단 요청도 거절했다.

근성과 고집은 ‘성공한 메이저리거 김병현’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번 미국 프로야구 복귀에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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