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다이어리] 펠레의 세치 혀에 ‘무적함대’ 벌벌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월 26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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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무적함대’ 스페인이 떨고 있습니다.

토레스, 비야, 사비, 이니에스타, 푸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최고 스타들로 구성된 금세기 최고의 팀, 남아공월드컵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을 떨게 만든 게 뭐냐구요?

바로 펠레의 세 치 혀입니다. 아시죠? 펠레의 저주.

월드컵을 앞두고 그가 지목한 우승후보들이 하나 같이 탈락하면서 붙여진 말인데요. 펠레가 글쎄 17일(한국시각) 남미 클럽대항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남아공월드컵 우승후보로 스페인을 제일 먼저 꼽았답니다.

스페인 입장에서 이 말이 달가울 리가 없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앞서 펠레는 “우리(브라질)가 챔피언의 영광을 가져올 것이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 이 때부터 시작된 펠레의 저주는 어김없이 반복됐어요.

1978년 독일, 1990년 우루과이에 이어 하이라이트는 1994년 콜롬비아였죠. 당시 펠레는 “에스코바르의 맹활약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가 우승후보 1순위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콜롬비아는 예선 탈락해 일찌감치 짐을 쌌고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에스코바르는 나중에 마약밀매 조직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을 맞이했죠.

2002한일월드컵 때는 “지단이 세계 최고 선수이고 프랑스가 또 우승할 것이다”고 말했지만 지단은 부상을 당했고 프랑스는 예선 탈락했잖아요.

2006독일월드컵은 국내 팬들도 기억할 겁니다. 펠레가 “한국이 무난하게 16강에 올라갈 것이다”고 했거든요. 그 때만은 펠레의 말이 맞길 기원했지만 결국 한국대표팀도 징크스를 피해갈 수 없었죠.

펠레가 최근 한국이 속한 B조에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오를 것이다”고 예상했어요. 이게 다행일까요, 불행일까요.

이번 월드컵까지는 펠레의 저주가 또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스페인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말이에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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