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모래알 KCC가 하나가 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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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의 연고지인 전북 전주는 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전주 출장을 가서 들른 유명 비빔밥 식당에서 몰랐던 사실을 들었다. 비빔밥을 비빌 때는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잘 비빌 수 있어 음식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요즘 KCC를 보면 마치 제대로 된 비빔밥을 보는 듯하다. 5연승을 질주한 KCC는 모비스와 KT의 양강 구도를 깨뜨리며 선두를 넘보고 있다.

KCC 주전 선수들을 살펴보면 유난히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가 많다. 자기주장이 강한 하승진은 “숙소 생활이 답답해 새장에 갇힌 것 같다”거나 “감독님이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며 돌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선수 아이반 존슨은 LG에서 뛰던 지난 시즌 “4차원 세계에서 사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던 악동이었다. 최근 삼성에서 영입한 테렌스 레더 역시 다혈질 성격으로 유명하다. 존슨과 레더는 심판에 대한 잦은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 수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 귀화선수 전태풍은 시즌 초반 무리한 개인플레이로 국내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처럼 왕 모래알이 즐비한 KCC가 하나로 끈끈하게 뭉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불같은 성격이라면 어디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허재 감독의 남다른 리더십 덕분이다. 선수들의 개성에 맞춰 일일이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철저한 원칙에 따른 용병술로 개인 역량을 극대화시켰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자주 짜증을 내던 예전과 달리 선수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여유도 찾았다. 허 감독은 “선수끼리는 서로 알아보는 것 아니냐. 지나친 잔소리보다 자율적으로 맡기고 있다. 다만 조화를 깨면 눈물이 쏙 나게 혼낸다”고 말했다. 냉탕 온탕 요법으로 섬세하게 팀을 이끌며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재료가 담긴 비빔밥이라도 골고루 섞이지 않는다면 일품요리가 될 수 없다.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KCC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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