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도 스키점프처럼… 또하나의 ‘국가대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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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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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훈련장도 없이 연습
선수들이 돈모아 대회 참가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 예고

아메리카컵서 日 누르고
4인승 국가랭킹 15위 올라
동계올림픽 출전권 첫 획득

또 하나의 ‘국가대표’가 떴다. 신작 영화가 아닌 실제 얘기다. 봅슬레이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출전권을 따냈다. 전통적으로 겨울 스포츠에 강한 일본을 제치고 획득한 티켓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 봅슬레이는 한국이 일본보다 ‘고수’

봅슬레이 대표팀은 21일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4인승 7차 대회에서 55초92의 성적으로 5위를 차지했다. 6차 대회에 이은 연속 5위. 2차 대회부터 6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며 이번 시즌 국가랭킹 15위(포인트 378점)로 17위까지 주어지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확정했다. 팀 리더인 강광배(36·강원도청)는 “올림픽 예선 성격인 아메리카컵이 끝난 현재 포인트를 계산해보면 378점으로 남은 대회를 고려해도 국가 랭킹 17위 이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출전권 획득의 또 다른 의미는 4인승에서 일본을 누르고 올림픽 티켓을 땄다는 점이다. 강광배는 “일본(304점·19위)은 4인승 종목에서 대회를 두 차례 더 남겨놓고 있지만 한국과 포인트가 70점 이상 벌어져 사실상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랭킹은 출전한 여러 대회 가운데 성적이 좋은 5개 대회 포인트를 합해 순위를 매긴다. 일본은 아메리카컵에서 한 번도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적이 없다. 남은 대회에서 1위(120점)∼3위(100점) 안에 두 번 모두 오르지 않는 한 70점 차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일본은 이번 1∼7차 아메리카컵에서 1차 때 기록한 6위(76점)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은 남은 한 차례 대회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도 있다.

한편 강광배는 세계 최초로 썰매종목(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턴) 3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국대표팀은 2인승에서도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고 있다. 현재 2인승은 국가랭킹 19위로 내년 1월 열리는 유럽컵 7차 대회에서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 한국판 ‘쿨러닝’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1월 아메리카컵 2차 대회 봅슬레이 4인승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국내에는 경기장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훈련장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 훈련장마저 없다. 썰매도 2인승과 4인승 1대씩이 전부다. 선수도 4명뿐이다. 한 명만 부상을 해도 곤란하다. 지원도 부족해 이번 시즌 훈련과 대회 참가는 대한체육회에서 제공한 800만 원으로 버텼다. 부족한 돈은 선수들이 갹출해서 메우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상황은 다르다. 일본은 대학팀 등 20여 개의 봅슬레이팀이 운영되고 있다. 썰매도 30여 대에 선수는 80여 명에 이른다.

그나마 조금씩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최근 고등학교 봅슬레이팀이 창단이 돼 선수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내년에 스타트 훈련장이 완공된다. 2003년 강원도청 실업팀이 창단되고 6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큰 결실을 봤다. 이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판 ‘쿨러닝’의 기적을 만들 일만 남았다. 쿨러닝은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이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내용의 영화. 눈물겨운 훈련 끝에 메달 후보로까지 거론된 자메이카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썰매가 고장 나는 사고를 당하지만 모두 일어나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점을 통과해 감동을 전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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