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남자도 여자도 아니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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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소집된 여자배구대표팀은 남자 고교 팀을 태릉선수촌으로 초청해 경기를 하면서 실전 대비 훈련을 하곤 했다. 여자농구대표팀도 최고의 연습경기 파트너로 남자 고교 팀을 택하곤 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체격이 좋아져 남자 고교 선수들은 부담스럽고 중학교 3학년 정도면 충분히 농구나 배구 여자대표 선수들의 실전 상대가 될 만하게 됐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운동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수영의 수중발레나 다이빙, 리듬체조, 피겨스케이팅 등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그 종목의 특성에 맞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운동 종목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월등한 기량을 보인다.
8월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스터 세메냐(18)의 성 정체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메냐는 시즌 최고기록인 1분55초45로 우승했는데 근육질의 몸에 콧수염이 거뭇거뭇 보이는 등 겉모습에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여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는 결승전 직전 세메냐에 대한 성 정체성 검사를 요청했지만 남아공올림픽위원회의 강력한 반발로 실시하지 못했고 대회가 끝난 뒤 9월 총회를 열어 사건을 결론지으려 했으나 판단을 유보한 상태.

이 와중에 남아공올림픽위원회의 레오나드 추에네 회장과 이사진 12명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에 이미 세메냐에 대한 성 판별 검사를 하고서도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 드러나 IAAF로부터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호주의 한 언론에 따르면 남아공올림픽위원회가 실시한 성 판별 검사 결과는 세메냐가 양성자라는 것.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모두 지닌 양성자인데 남성 호르몬이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3배가량 많다고 보도했다.

양성자라는 소문이 나자 세메냐의 징계 여부를 놓고 언론은 물론 육상 관계자, 의학자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징계를 주장하는 측은 남성 호르몬이 많을 경우 남자로 보고 금메달과 기록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측은 양성자이기는 하지만 세메냐가 어릴 때부터 여자로 커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성 감별과 관련해 전문가인 호주 시드니대학의 콘넬 라에윈 교수는 "인간을 정확하게 남성과 여성 둘로 분류할 수는 없다"며 "전 세계 인구의 1.7%가 양성자인데 이들을 남성이다 여성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라에윈 교수는 "인간을 정확히 이분법으로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세메냐를 남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바이 아이 FM의 트레이시 홀메스 기자는 국제스포츠기자연맹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세메냐가 백인 소녀였다면 성 정체성 의문을 제기했겠느냐. 조사 결과 세메냐가 남아공의 가난한 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여자로 자라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IAAF는 "아직 완벽하게 성 판별 검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세메냐의 성 정체성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두 번이나 유보한 상태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니…" 정말 IAAF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생겼다.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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