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언니처럼… ‘리듬체조의 여왕’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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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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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 마지막 주니어무대 ‘슬로베니아 챌린지’ 3관왕 오른 15세 요정 손연재《‘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도 한때는 ‘요정’이었다. 요즘 손연재(15·광장중 3)의 이름 앞에는 ‘리듬체조의 요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둘은 모두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 외모 역시 ‘국민 여동생’급이다. 같은 소속사(IB스포츠)를 둔 김연아와 손연재는 전화와 문자로 안부를 묻는 사이다. “언니, 세계 신기록이랑 그랑프리 7회 연속 우승 축하해요”라는 문자에 김연아는 “슬로베니아 주니어대회 우승 축하해”라고 답장을 보냈다.》하루 10시간씩 훈련 악바리
내년부터 성인무대로 진출
“올림픽서 꼭 메달따고싶어”
손연재는 지난주 끝난 슬로베니아 챌린지대회에서 3관왕(후프, 줄, 개인 종합)을 차지했다. 국제체조연맹(FIG) 주최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정상에 오른 손연재를 1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손연재는 짧은 휴식을 가진 뒤 22일 러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 근성 소녀! 악착 소녀!

슬로베니아 대회 기간에 손연재는 무릎이 아팠다. 김지희 코치가 “그렇게 많이 아프면 기권할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열악한 국내 리듬체조계의 현실상 의사는 물론이고 트레이너도 동행하지 않았다. 연습이 끝난 뒤 얼음찜질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대회에 출전한 18명 중 아시아에서 온 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했다. 관중의 반응도 썰렁했다. 하지만 손연재가 첫 종목인 줄을 연기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심드렁하던 관중석에선 “브라보”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 심판은 한국 선수단을 찾아와 “퍼펙트한 연기였다.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FIG 규정에 따르면 16세부터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손연재로선 마지막 주니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셈이다.

어릴 적부터 항상 웃는 연습을 해 온 덕분에 손연재는 힘든 연기를 할 때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엔 남모르는 눈물이 숨어 있다. 어린 소녀가 하루에 10시간 가까운 훈련을 버티기란 쉽지 않다. 손연재는 마음먹은 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종종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울면서도 훈련을 멈추지는 않는다. 주변에서는 “근성이 대단하다”고 한다. 정작 그는 “스스로는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 더 악착같아지고 싶다”고 말한다.

○ 꿈은 이루어진다

손연재의 롤 모델은 역시 김연아다.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의 등장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손연재는 “내년 국가대표에 뽑혀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세 차례 국제무대를 경험했을 뿐이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손연재는 “예전에는 외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너무 잘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체조계에서도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의 쾌거를 이룬 신수지(18·세종대)와 손연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아시아경기나 올림픽에서 첫 개인 종목 메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연재는 “더욱 열심히 해 많은 팬들께 ‘리듬체조는 정말 재미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휴대전화와 아이팟을 좋아하는 신세대인 손연재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Dreams come true(꿈은 이루어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손연재는 누구?
△생년월일: 1994년 5월 28일 △가족: 손동수(46) 윤현숙 씨(41)의 외동딸 △체격: 키 161cm, 몸무게 40kg △주요 경력: 5세 때 리듬체조 시작, 2006년 소년체전 1위, 2008년 KBS배 리듬체조 개인종합 1위, 말레이시아 에인절컵 1위, 2009년 슬로베니아 리듬체조 챌린지 3관왕 △취미: 음악 감상, 노래방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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