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오간 오서코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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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김동욱 기자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8시간 앞둔 공식 훈련.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던 김연아를 불러들였다. 김연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서 코치와 함께 링크 밖으로 사라졌다.

김연아는 이날 훈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 때 점프 타이밍을 놓친 듯 1회전만 뛰고 내려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3번의 공식 훈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가 계속 애를 먹였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훈련 중 엉덩방아를 찧는가 하면 타이밍을 놓쳐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랑프리 1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플립 점프를 건너뛰는 실수를 했다.

오서 코치는 전지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비디오로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점프를 하기 전 스리턴(몸을 180도 회전하는 동작)하는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김연아는 3주간 훈련을 하며 이를 다듬었다. 오서 코치는 경기 직전까지 점프 방향을 바꾸는데 공을 들였다. 김연아도 링크 밖에서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연습했다.
결국 김연아는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완벽하게 해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오서 코치는 펄쩍펄쩍 뛰며 박수를 쳤다. 그가 이처럼 격정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건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김연아는 취재진이 "트리플 플립 점프를 할 때 조마조마했다"고 하자 "뛰는 사람은 얼마나 더 했겠어요"라며 그간의 긴장감을 털어놨다. 오서 코치는 연기를 끝내고 링크 밖으로 나온 김연아를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에게 이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하루였다.

레이크플래시드=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동영상 취재: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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