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PL]토레스 빠진 리버풀…가시 없는 ‘붉은장미’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7시 00분


추락하는 명가 위기의 리버풀

명문 리버풀이 예전 같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2라운드가 끝난 현재 6승1무5패로 7위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2강에서는 1승1무2패를 기록하며 자력으로는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9일 승격팀 버밍엄 시티와의 홈경기에서는 연신 끌려 다니는 모습만 연출하다가 부상 중인 제라드까지 투입해서 간신히 2-2로 비겼다. EPL의 빅(BIG)4 중 하나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시즌 초반부터 감독 경질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위기에 놓인 리버풀. 뭐가 문제일까?

● 두껍지 못한 선수층

주전들의 부상, 주요 선수들의 이적으로 인한 전력 손실은 이번 시즌 리버풀의 최고 악재로 꼽히고 있다. 이에 베니테즈 감독은 “너무 많은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사비 알론소(27)와 새미 히피아(33) 등을 떠나보낸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은 크게 손실됐고, 최근 스티븐 제라드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리버풀은 눈에 띄게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야심 차게 데려온 알베르토 아퀼라니 역시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려 베니테즈 감독은 다른 대책조차 세울 수 없게 됐다. 최근 영국 언론들 역시 “리버풀에는 제라드와 토레스 밖에 없다. 그들이 빠지면 리버풀은 위험에 빠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리버풀 선수로 5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이안 러쉬 역시 시즌 전에 가진 스카이스포츠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리버풀에 생길 수 있는 악재는 토레스가 부상을 당하는 것”이라며 토레스의 비중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악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그런 비판을 받을 때마다 “지난 시즌 우리는 제라드와 토레스 없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겼다”며 맞섰다. 하지만 그 당시 리버풀에는 사비 알론소와 로비 킨이 있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알론소는 제라드가 있기 전 리버풀의 최고 미드필더였던 그레암 수
네즈와 맨유의 레전드 보비 찰턴을 합쳐 놓은 듯한 훌륭한 선수라고 칭송받던 리버풀의 중심 미스필더였다. 하지만 그는 영국의 50% 세금 인상에 불만을 표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결심했다.

이에 제라드와 토레스는 그가 중원에서 배급하던 기계로 잰 듯한 패스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었다. 알론소뿐 아니라 새미 히피아는 바이에르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로비 킨은 토트넘으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리버풀의 전력은 급전직하했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입한 아퀼라니는 아직도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글렌 존슨은 여전히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일간지 텔레그라프의 로리 스미스 기자 역시 “글렌 존슨의 영입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새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해주고 있다는 문제, 또 “2년 전만 해도 리버풀의 공격라인에는 4명의 스트라이커들이 포진했었는데 지금은 토레스 하나 뿐” 이라며 현재 리버풀의 A급 선수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그레암 수네즈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그는 “부상자가 많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가 없다. 리버풀의 문제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그 자리를 채워 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공고하지 않은 리버풀의 스쿼드를 비판했다.

● 재정난 더 시급한 문제

리버풀의 A급 선수 부족 문제는 재정난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리버풀의 소유주인 조지 질렛과 톰힉스는 3억5000만 파운드의 은행 빚이 있었고, 올 7월 6000만 파운드는 갚았지만 여전히 은행 빚은 무거운 짐으로 리버풀을 괴롭히고 있다.

이에 질렛과 힉스는 현재 외부에서 투자자들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재정문제는 베니테즈 감독(사진)을 이적시장에서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에 베니테즈 감독은 클럽에 충분한 재정이 없다고 불평했지만 질렛은 “스쿼드의 공고함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충분한 재정이 없다면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소유주에 대한 리버풀 팬들의 불만도 대단했다. 그들은 “우리는 라파 감독을 믿는 다!” 라는 노래를 부르며 팀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분노를 감독이 아닌 클럽 소유주인 조지 질렛과 톰 힉스에게로 표출했다. 하지만 최근 저조한 리버풀의 성적을 보며 감독에 대한 야유 역시 늘고 있다.

10월 20일, 리옹과의 챔피언스리그 홈경기(1-2 패)에서 베니테즈 감독이 팬들이 신뢰하는 요시 베나윤을 안드리 보로닌으로 교체시키자 안필드 스타디움은 베니테즈 감독에 대한 야유로 가득 차기도 했다.

이에 리옹과의 경기 다음날 텔레그라프의 케빈 가사이드 기자는 본인의 기사에 “이제 (리버풀 팬들이) 베니테즈를 사랑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 팬들은 이제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고 써 베니테즈 감독이 서포터스를 잃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18회의 리그 우승, 7번의 리그 컵 우승, 7번의 FA컵 우승, 그리고 잉글랜드서 가장 많은 5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화려한 성적표가 너무 예전 얘기인 것 같아 씁쓸한 현재의 리버풀이다.

맨체스터 (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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