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공룡’을 누가 두려워하랴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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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센터 샤킬오닐 다섯번째 챔프 도전…체력 고갈·무딘 공격력 등 기량 논란

2003∼2004시즌을 끝내고 ‘공룡센터’ 샤킬 오닐은 LA 레이커스에서 마이애미 히트로 트레이드됐다.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불화가 일자 레이커스는 늙은 오닐을 포기했다. 당시 미디어 관계자들은 “오닐은 다른 선수의 능력을 배가시켜주지만 브라이언트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로는 절대 우승이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오닐은 마이애미로 이적해 두 시즌 만에 가드 드웨인 웨이드와 호흡을 맞춰 또 하나의 NBA 챔피언십 반지를 추가했다. 브라이언트는 오닐이 떠난 이후 5년 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하며 지난 시즌 정상을 밟았다.

농구에서 좋은 선수는 다른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준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전성기의 오닐도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 오닐을 마크하려면 더블팀, 트리플팀을 해야 된다. 맨투맨으로는 마크할 상대가 거의 없었다. 골밑을 파고드는 포스트업 플레이를 하면서 상대가 더블팀으로 들어오면 외곽으로 패스해 쉬운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열어주곤 했다. 전성기의 오닐이 무서운 이유였다. 맨투맨으로는 바로 골밑이 뚫린다.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지난 시즌 동부콘퍼런스 챔피언결정전에서 올랜도 매직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모든 전문가들은 NBA 파이널에서 LA 레이커스와 클리블랜드가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홈코트 이점을 안고도 올랜도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어 NBA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클리블랜드의 패인은 제임스를 받쳐줄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프시즌 피닉스 선스에서 센터 오닐을 트레이드해왔다. 제임스도 크게 환영했다. 자신을 빼놓고 클리블랜드에 화려한 경력의 플레이어는 오닐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구단은 현재 제임스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전력을 보강해 우승을 해야 제임스를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2009∼2010시즌이 끝나면 제임스는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뉴욕 닉스, 뉴저지 네츠로의 이적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클리블랜드로서는 제임스가 떠날 경우 프랜차이즈는 빈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NBA 슈퍼스타들은 샐러리캡으로 인해 야구처럼 무제한의 연봉을 받을 수 없는 터라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이적한다.

그렇다면 오닐은 기대하는 만큼 제임스를 받쳐줄 수 있을까. 초반 4경기(2승2패)에서 보여준 오닐의 기량은 늙은 말이나 다름없다. 농구 선수에게 37세는 환갑이 지난 황혼이다. 몸 움직임은 둔해졌고 상대는 오닐에게 전혀 겁을 안낸다. 전반에는 어느 정도 상대와 경쟁력 있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후반에 들어서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일단 또 상대가 더블팀을 하지 않는 게 클리블랜드로서는 뼈아프다. 더블팀이 돼야 당대 최고의 플레이어 제임스가 버티고 있어 클리블랜드의 공격이 원활해진다.

클리블랜드는 홈 개막전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89-95로 패했다. 이어 2번째 토론토 랩터스 원정에서도 91-101로 패해 충격을 더했다. 오닐은 초반 4경기에서 평균 25분 출장에 9.0득점-7.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셀틱스와의 개막전에서 10득점-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이 유일하다.

오닐의 기량은 2007∼2008시즌 마이애미에서 피닉스로 이적할 때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피닉스는 센터 부재를 겪어 서부콘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자 오닐을 영입했다. 하지만 오닐을 데려온 뒤 결과는 더 나빴다. 2008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 지난해는 9위로 플레이오프마저 좌절됐다.

오닐은 NBA 17년 경력 동안 통산 4회 NBA 우승을 거머쥐었다. LA 레이커스에서 3회, 마이애미 히트에서 1회. 윌트 챔벌레인 이후 최고의 공격형 센터다. 기량은 녹슬었지만 아직도 연봉 210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제임스와 함께 오닐이 챔피언 반지를 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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