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한화 구대성(40·사진)이 배수의 진을 치고 마무리훈련에 자원 등판했다.
한화는 29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마무리훈련을 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한대화 신임 감독과 10명의 코치, 선수 38명 등 총 49명의 선수단이 11월 30일까지 33일간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명단에 불혹의 구대성이 포함돼 있다. 마무리훈련에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은 20대의 파릇파릇한 선수들. 주전급도 있지만 성장이 더 필요한 선수들이다.
구대성은 최근 감독과의 면담에서 자신도 마무리훈련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 감독은 처음에 “이번 마무리훈련은 지옥훈련이다. 노장선수나 시즌 중에 많이 뛴 선수는 휴식을 취해도 된다. 참가하지 마라”고 권했다.
그러나 구대성은 고집을 부렸다. 몇 차례 만류했지만 “가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감독은 “그렇다면 선배 대접을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똑같이 지옥훈련을 해야 한다. 네가 설렁설렁 훈련하면 훈련 프로그램이 다 망가진다. 후배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며 경고했다. 구대성은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럴 거면 간다고 말씀도 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인이라는 자세로 똑같이 훈련할 것이다”고 답했다.
구대성은 2007년 11월 무릎에 철심 4개를 박는 대수술을 한 뒤 재활훈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지 않은 구위. 그러나 올 시즌 71경기에 등판해 LG 류택현(73경기)에 이어 최다등판 2위에 올랐다.
55.2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1세이브, 8홀드, 방어율 3.72의 평범한 성적이었다. 최고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지만 자존심을 접고 때로는 원포인트 릴리프, 때로는 패전 처리 투수로 마당쇠처럼 마운드에 오른 결과다. 그것도 재활과정의 하나로 여겼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송진우(43)와 정민철(37)이 은퇴했다. 이젠 팀 내뿐 아니라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가 됐다. 내년 시즌을 선수생명의 승부처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이번 마무리훈련에 자원한 구대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