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천국의 마운드”… 구대성 지옥훈련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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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7시 00분


“빠져라” 주변 만류에도 마무리훈련 참가…불혹의 나이 선수생명 승부처 배수의 진

한화 구대성. [스포츠동아 DB]
한화 구대성. [스포츠동아 DB]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습니다.”

빼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한화 구대성(40·사진)이 배수의 진을 치고 마무리훈련에 자원 등판했다.

한화는 29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마무리훈련을 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한대화 신임 감독과 10명의 코치, 선수 38명 등 총 49명의 선수단이 11월 30일까지 33일간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명단에 불혹의 구대성이 포함돼 있다. 마무리훈련에 참가하는 선수 대부분은 20대의 파릇파릇한 선수들. 주전급도 있지만 성장이 더 필요한 선수들이다.

구대성은 최근 감독과의 면담에서 자신도 마무리훈련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 감독은 처음에 “이번 마무리훈련은 지옥훈련이다. 노장선수나 시즌 중에 많이 뛴 선수는 휴식을 취해도 된다. 참가하지 마라”고 권했다.

그러나 구대성은 고집을 부렸다. 몇 차례 만류했지만 “가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감독은 “그렇다면 선배 대접을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똑같이 지옥훈련을 해야 한다. 네가 설렁설렁 훈련하면 훈련 프로그램이 다 망가진다. 후배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며 경고했다. 구대성은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럴 거면 간다고 말씀도 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인이라는 자세로 똑같이 훈련할 것이다”고 답했다.

구대성은 2007년 11월 무릎에 철심 4개를 박는 대수술을 한 뒤 재활훈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지 않은 구위. 그러나 올 시즌 71경기에 등판해 LG 류택현(73경기)에 이어 최다등판 2위에 올랐다.

55.2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1세이브, 8홀드, 방어율 3.72의 평범한 성적이었다. 최고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지만 자존심을 접고 때로는 원포인트 릴리프, 때로는 패전 처리 투수로 마당쇠처럼 마운드에 오른 결과다. 그것도 재활과정의 하나로 여겼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송진우(43)와 정민철(37)이 은퇴했다. 이젠 팀 내뿐 아니라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가 됐다. 내년 시즌을 선수생명의 승부처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이번 마무리훈련에 자원한 구대성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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