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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6일 0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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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0일. 두산 이원석(23)이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가게 됐다”는 전화를 받은 직후의 일입니다. 고향 광주를 떠나 ‘제 2의 고향’ 부산에 정착한 지 4년 만이었습니다.
서울행 기차에 오르는 심정이 참 서글픕니다. 모든 게 한꺼번에 바뀌어 버린 현실 앞에서, 당장 하루하루가 막막할 뿐입니다.
전지훈련 초반에도 그랬습니다. 처음으로 떠난 미야자키 전지훈련.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사이판(롯데 전지훈련지) 아닌가’ 싶기도 하더랍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를 두고 ‘트레이드 카드’라고 쑥덕거립니다. 언제 다시 짐을 쌀지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잡힐 리 없습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도 걸림돌이고, 유난히 아껴주던 부산 팬들 생각도 문득문득 납니다.
하지만 문득 자존심이 상하더랍니다. 스스로가 팀에서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 아프게 깨달은 계기였으니까요.
“갑자기 자극이 확 오더라고요. 그 때부터 마음도 독하게 먹었고요. 평생 저 자신을 ‘FA 보상선수’로만 남겨둘 순 없잖아요. 이러려고 시작한 야구는 아니니까요.” 마음을 열고 도우려는 동료들의 손을 맞잡게 된 것도 그 때부터 일겁니다.
이래서 인생의 길흉화복은 미리 헤아릴 수 없다고 하나봅니다. 외롭고 두려웠던 시간이 흐른 뒤, 이원석은 낯선 서울에서 ‘기회’를 발견했거든요.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땀 흘린 자리에 얼마나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지, 이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생애 첫 가을잔치를 치르는 중입니다. 영광의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빌 수 있는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이용주 씨)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좋답니다. 상업은행 에이스 출신인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혈액 투석을 받으면서도 잠실에서 열린 준PO 1·2차전을 모두 직접 지켜봤습니다.
“작년에는 13년 만에 야구장에 오셨다가 제가 뛰는 걸 못 보고 돌아가셨는데…. 올해요? 제 성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아버지 표정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간호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도 요즘은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하시고요.”
이원석이 자랑스럽게 웃습니다. 곧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는 또다시 부모님께 초대장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가을의 전설’을 꿈꾸며 열심히 뛸 겁니다. 내가 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 동료들이 날 ‘보호’해줄 거라는 자신감. 그 행복이 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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