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수 ‘여자 겸 남자’였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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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을 모두 가진 인간.’ 캐스터 세메냐(남아공)가 8월 20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뒤 양팔을 들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는 성 판별검사 결과 자궁과 난소는 없고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여성과 남성을 모두 가진 인간.’ 캐스터 세메냐(남아공)가 8월 20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뒤 양팔을 들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그는 성 판별검사 결과 자궁과 난소는 없고 고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를린=연합뉴스
性논란 남아공 육상소녀 ‘자궁 없고 체내 고환 있는 兩性’ 확인

호주언론 보도… 국제육상연맹은 “최종 판단 유보”
남아공 체육장관 “부당한 판정… 인권침해 여부 검토”

지난달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한 캐스터 세메냐(18·남아프리카공화국)가 ‘양성자(兩性者)’라는 보도가 나왔다. 양성자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을 뜻한다.

호주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는 11일 성 판별 검사를 담당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세메냐가 자궁과 난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일반 여성보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3배 이상 많고 이를 생산하는 고환이 몸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로 돌출된 남성 생식기는 없지만 완벽한 여성 생식기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메냐는 베를린 세계선수권 여자 800m에서 1분55초45의 기록으로 2위(1분57초90)보다 2초 이상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우람한 상체 근육에 굵은 목소리를 가진 그가 1년 새 8초 가까이 기록을 앞당기며 우승한 것을 두고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IAAF는 성별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IAAF는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대해 “11월 20, 21일 열리는 IAAF 총회 전까지 공식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세메냐가 양성자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그의 국제대회 출전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금메달 박탈 여부는 더 어려운 문제다. 남아공은 세메냐가 양성자라는 보도가 나오자 발칵 뒤집혔다. 마켄케시 스토필레 남아공 체육장관은 “세메냐의 양성자 판정은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세메냐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해 변호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 의원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생물학적인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세메냐를 비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메냐의 가족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메냐는 “성별 논란은 우스운 얘기일 뿐”이라며 “신은 나를 지금 모습으로 창조했고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별검사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남아공의 패션잡지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성별 검사로 메달을 박탈당한 사례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육상 여자 800m에서 은메달을 딴 산티 순다라얀(인도)이 대표적이다. 여성 생식기를 지니고 여성으로 살았던 그는 도핑 검사에서 성염색체가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밝혀져 메달을 내놓아야 했다. 그 충격으로 지난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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