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대표 ‘이숙자 효과’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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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최고참 세터… 위기관리 능력 탁월
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연승 행진 이끌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요.”

배구 여자 대표팀 세터 이숙자(29·GS칼텍스·사진)는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참 선수다. 최근 그는 보름 넘게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만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을 마치고 곧바로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두 대회를 치르며 대표팀은 ‘이숙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서 3전 전승으로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도 3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지난달 이숙자가 참가하지 않은 그랑프리 대회에서 꼴찌의 수모를 당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물론 한 선수가 대표팀의 경기력을 몇 단계씩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끄는 이숙자의 역할은 대단했다.

7일 예선 3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이숙자의 존재는 빛을 발했다. 한국은 배탈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숙자 대신 신예 염혜선(현대건설)을 세터로 내세웠다. 1세트를 간단하게 따냈지만 2세트에서 0-8로 뒤지며 14-20까지 끌려갔다. 이성희 감독은 벤치에서 쉬고 있던 이숙자를 세터로 기용했다. 안정을 찾은 한국은 15-2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으로 11점을 따내는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결과는 한국의 3-0 승리. 이숙자의 투입으로 대표팀은 약점으로 지적됐던 위기관리 능력이 해결된 것이다.

이 감독은 “세터가 흔들리면 공격이 무너진다. 이숙자가 잘해주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고참 선수들이 팀에서 균형을 잡아주니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숙자 효과를 높게 평가했다. 현재 이숙자의 상태는 그리 좋지는 않다. 배탈이 난 데다 섭씨 30도를 넘는 더위에 훈련 도중 쓰러지기도 했다. 9일 대만과의 8강전을 앞둔 이숙자는 “나를 비롯해 선수 모두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일본과 중국을 넘어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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