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조갈량 무욕 리더십’ 호랑이 발톱 세웠다

  • 입력 2009년 9월 1일 0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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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실리도 OK…KIA 조범현 감독 성공시대

5월 중순 KIA 김조호 단장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올 초 사장님과 함께 한 자리였다. 조범현 감독이 자신의 재계약에는 큰 의미를 두지않고 팀의 장래를 위해 어떻게 팀을 꾸리는 게 합당한지, 자신의 소신을 얘기하더라. 처음에는 ‘뭐 이런 사람이 있나’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 ‘팀이 먼저’란 원칙, 더 큰 명예와 실리를 얻다

2년간 첫 계약의 마지막 해. 재계약을 염두에 둔 대부분 감독들은 눈 앞의 성적에 욕심을 낸다. 당연하다. 첫해 성적이 6위에 머물렀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조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내 재계약 여부보다도 내년, 아니 그 이후의 팀 모습을 생각하는 게 더 우선이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지난 시즌 KIA는 내야 수비의 핵이라는 유격수 자리에 믿을만한 선수가 없어 고전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기 저기서 ‘재계약을 위해선 무조건 성적을 내야한다. 유망주를 내주더라도 당장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라’라고 조언을 해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끝나고 내가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는 게 한결같은 그의 말이었다. 그는 이같은 소신을 지켰고 이는 묘하게도 KIA가 현재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달리는 밑바탕이 됐다.

6월 이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왔을 때도 그는 “아직 때가 아니다”면서 무리하지 않았고, 그 때 욕심을 내지 않은 결과는 8월 무서운 상승세의 주춧돌이 됐다. 눈앞의 이익보다 원칙을 중시했던 그는 이제 ‘조갈량’이란 팬들의 칭호를 받으며 사실상 재계약을 눈앞

에 두고 있다. 욕심내지 않았지만 그 무욕은 반대로 생애 첫 페넌트레이스 1위와 재계약 성공이란 ‘명예와 실리’ 모두를 안겨다 줄 분위기다.

● 조범현의 착각과 흐뭇한 웃음

지난해 시즌 중반 조 감독은 “선수단 내부에 깔려있는 패배의식을 털어낸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생각이 안 바뀌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그런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고, 올 시즌 신인 안치홍을 중용한 것도 다분히 그런 의도가 깔려 있었다.

조 감독은 한때 이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가 지휘봉을 잡은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KIA는 몰라보게 다른 팀이 됐다. 이제 KIA 선수들에겐 패배의식 대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있다. 이는 8월 프로야구 역사상 월간 최다승(20승) 신기록이란 값진 열매로 이어졌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패배의식을 걷어냈다. 시즌 성적도 내 당초 기대보다 훨씬 좋다”고 자신의 판단미스(?)를 인정하면서도 얼굴엔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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