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내 여자골프 ‘반쪽대회’?

  • 입력 2009년 8월 20일 09시 12분


국내 여자골프를 보면 ‘반쪽’이라는 기분이 든다.

10대와 20대에 비해 30∼40대 베테랑들의 활약이 부진하다. 줄리 잉스터나 카트리오나 매튜, 후쿠시마 아키코, 후도 유리 등 베테랑들이 활동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투어와 다른 모습이다. 얼마 전,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혈투를 벌인 환갑의 톰 왓슨과 출산 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을 따낸 카트리오나 매튜 등의 활약을 보면서 부럽게 느껴진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에는 모처럼 올드팬들이 몰려왔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국내 여자골프를 주름잡았던 정일미와 강수연 등을 응원 나온 갤러리다.

몇 백 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응원은 뜨거웠다. 마흔을 앞둔 정일미가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우승 경쟁을 펼치는 모습에 목청 높여 응원을 펼쳤다. 특히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정일미의 플레이에 갤러리도 절로 흥이 났다. 버디가 터질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격려했다.

한 여성 팬은 “10년 넘게 정일미 선수의 팬이다.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요일에 왔다가 오늘 또 내려왔다. 우승은 못했지만 정일미 선수의 선전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일미 역시 팬들의 성원에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보답했다.

마지막 2홀을 남기고 실수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갤러리들의 응원에 일일이 화답했다. 이 순간만큼은 LPGA가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정일미와 강수연 등은 이번 주중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국내 투어에서 다시 그녀의 모습을 보기위해선 몇 개월 더 기다려야 한다.

베테랑들의 활약에 모처럼 국내 그린에서도 신구의 맞대결이 펼쳐졌지만 계속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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