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아픈데 던진다” 봉중근 미스터리

  • 입력 2009년 8월 13일 08시 12분


LG 좌완 에이스 봉중근(사진)이 13일 SK전 선발로 등판한다. 앞서 봉중근은 11일 50구의 불펜피칭으로 팔꿈치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12일 SK전에 앞서 만난 봉중근은 “(13일이) 시즌 마지막 등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100구까지 던져보고” 팔꿈치 통증, 구위, 결과 등을 감안해 추후 등판 스케줄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팔꿈치 염증을 안고 있는 와중이고, LG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멀어진 정황을 고려하면 등판 강행은 이례적. 12일까지 8승(10패)인 봉중근은 “10승은 최소한의 자존심”이라고 고백했다. 그 근성은 봉중근답다. 그러나 전후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구석도 감지된다.

○왜 굳이 던질까?

적장인 SK 김성근 감독은 11일 봉중근의 불펜피칭을 지켜봤다. “김광현은 집에 가야겠더라”란 한마디에 극찬이 압축돼 있다. 컨트롤만 따지면 “당장 일본 가도 10승”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 감독은 12일 등판 강행을 의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SK의 유, 불리를 떠나 투구 시 팔꿈치의 부자연스러움이 육안으로도 발견되는 상황이어서다. 좌투수 출신인 김 감독은 부상으로 현역 생활을 끝냈기에 남 일처럼 여기지 않는 듯했다. “투수는 수술 두 번 받으면 끝장”, “봉중근이 만에 하나 더 악화되면 한국야구의 손실”, “옵션이 걸려서 돈 몇 푼 때문에 등판한다면 슬픈 일”이란 말 속엔 안타까움이 실려 있다.

○누가 에이스를 관리하는가?

정작 봉중근 역시 “WBC 포함하면 170이닝을 넘겼다. 팔꿈치 염증은 쉬어줘야 낫는데 무리하다간 인대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일말의 걱정을 내비쳤다. 그러나 LG 코치진이나 트레이너가 봉중근의 등판을 무리하게 추진할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등판일정, 투구수, 엔트리 잔류 여부에 걸쳐 봉중근의 의중을 타진해서 반영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 또 “13일이 마지막일 수 있다”란 발언은 봉중근의 팀을 생각하는 선의와 별개로 해석될 여지도 남긴다. 어느 LG 사람은 코칭스태프가 공표하기 전에 선수가 그런 발언을 꺼낸 데 대해 편치 않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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