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김경문식 ‘당근&채찍’…두산을 두손에

  • 입력 2009년 6월 1일 08시 14분


두산 선두질주 숨은 비법

5월 3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두산 김경문 감독(시진)은 “오늘 훈련을 쉴까하다 (김)상현이를 생각해 그냥 놔뒀다”고 밝혔다.

앞선 2게임을 모두 이겼고, 전날 야간경기 뒤 이날 경기는 오후 2시 시작돼 야수 훈련을 생략할 것을 고려했지만 선발투수가 김상현이라 마음을 바꿨다는 얘기였다. 야수 훈련과 투수 김상현, 무슨 연관이 있을까.

김 감독은 “상현이가 무척 잘 해주고 있지만 승수를 별로 챙기지 못했다”며 김상현에게 승수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 뒤 “2연승을 했으니 야수들의 긴장감이 흐트러질 수도 있어 그대로 훈련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올 시즌 10게임에 선발등판한 김상현은 3.60의 수준급 방어율에도 불구하고 고작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4월 16일 잠실 히어로즈전에서는 9이닝 1실점을 하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흔치 않은 완투패를 경험했다.

김 감독은 김상현이 승수를 제대로 추가하지 못하면 앞으로 마운드에서 위축될 가능성을 걱정했고, 그래서 ‘김상현을 도와주라’는 의미로 야수 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김상현에 대한 배려였다. 인자한 형님처럼, 선수를 위한 김 감독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 김상현은 이날 결국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많지는 않았지만 득점 지원을 받고 시즌 3승을 수확했다.

그러나 감독은 매번 그럴 수는 없다. 김 감독은 수년간 팀의 톱타자를 도맡았던 ‘대표팀 1번타자’ 이종욱을 한동안 벤치에 앉혀뒀다. 부상과 부진으로 컨디션을 찾지 못하자 자극을 준 것이었는데, 5월 29일부터 다시 스타팅 멤버로 돌아온 이종욱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되찾았다.

“게임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벤치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는 게 이종욱의 소감.

감독은 때때로 선수들에게 애정을 주고 배려를 베풀지만 경우에 따라선 매서운 채찍을 들어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일종의 심리전이다. 사랑에만 ‘밀고 당기기’가 있는 게 아니고 감독과 선수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심리소통’이 있는데, 김 감독은 유독 그런 것에 강하다. 막강 두산 파워의 일정 부분은 이 같은 김 감독의 ‘밀고 당기기’에서 나온다.

대전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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