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통신원의 현장리포트] 챔스 결승만큼 뜨거웠던 ‘3대 장외전쟁’

  • 입력 2009년 5월 28일 08시 16분


취재 전쟁, 티켓전쟁, 훌리건 전쟁

‘축구는 전쟁’이라고들 한다. 누가 먼저 꺼낸 말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축구에 죽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만약 축구가 전쟁이라면, 매년 5월 말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가장 치열한 전쟁이다.

기본적인 전투는 피치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서 우승트로피인 빅이어를 들어올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종종 그 도가 지나쳐 다치기도 하지만 승부에 있어서 양보는 없다. 치열한 전투가 피치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피치를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도 전투가 열렸다.

우선 취재 전쟁이다. 이번 챔스리그 결승전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취재진들이 로마로 몰려들었다. UEFA에 따르면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TV 중계진 등 미디어 관련 인력들만 1000여명이 넘었다. 국적도 다양했다. 경기를 펼치는 영국과 스페인의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그리고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취재진까지 거의 전 세계 언론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사와 영상은 230여 개국에 생중계되고 1억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지켜봤다.

티켓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된 가운데 경기가 열릴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에는 경기 시작 하루 전부터 암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열이면 열 박스 종이나 연습장 등에 ‘I need a ticket’ 이라는 문구를 쓰고 나타난 이들은 많은 돈을 주어서라도 경기장에 들어가겠다는 각오였다. 암표는 가장 좋지 않은 좌석이 500유로(89만 원)선에 거래됐다.

경기장 입장권을 구한 사람들 역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6일 경기장 안에는 ‘For Sir Matt’ 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맨유의 서포터들이 카드섹션으로 준비한 것으로, 이날이 매트 버스비 경의 출생 100주년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버스비 경은 1945년부터 1969년까지 맨유를 맡아 리그 5회, FA컵 2회, 유러피언컵(현재의 UEFA 챔피언스리그)1회 우승을 이끌어낸 명장이다.

특히 그는 1958년 2월 비행기가 추락해 많은 사람이 죽은 ‘뮌헨 참사’의 충격을 10년 만에 이겨내고 유러피언컵 우승을 이끌어 큰 존경을 받고 있다. 또한 10년 전인 1999년 5월 26일 누캄프에서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을 꺾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로마 경찰과 UEFA는 영국에서 날아온 훌리건들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맨체스터를 응원하기 위해 약 3만명이 로마를 찾았는데, 그 가운데 1만명 정도는 입장권이 없어 로마 시내 술집에서 TV로 경기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이것이 바로 로마경찰 당국의 골칫거리였다.

로마ㅣ이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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