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농구대표팀 소집…허재의 고뇌 “선수 절반이 부상이니 원…”  

  • 입력 2009년 5월 14일 08시 44분


동아시아대회 3주 앞두고 줄부상… 선수 12명 정상훈련조차 힘들어

“머리가 다 빠지겠어요.”

남자농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허재 감독의 고뇌가 묻어나오는 한마디다. 대표팀이 첫 소집된 13일 오전 농구협회 사무실. 허 감독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집한 12명의 선수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상을 호소해 예정된 오후 훈련을 일찌감치 취소한 채 면담을 시작했다.

허 감독은 단체 미팅을 가진 뒤 작은 방으로 자리를 옮겨 부상자들을 한명씩 불렀다. 미팅을 끝내고 나온 허 감독은 큰 숙제를 마쳤다는 표정이었다.

허 감독은 “6개월간 프로리그를 뛴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내가 무리한 것을 요구할 수는 없어 사정하다시피 했다. 오전에 재활하고 오후에 훈련하는 것으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끝냈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 합류가 어렵다고 진단서까지 가지고 나타났으나 허 감독은 대화로 그들의 마음을 돌렸다.

허 감독은 “부상 선수는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일단은 12명의 선수들을 모두 데려가야 팀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왼쪽 발목을 깁스한 하승진도 대회가 열리는 일본에 데리고 갈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8월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8월6-16일·중국) 예선전을 겸한 동아시아선수권(6월10-14일·일본)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부상자들로 인해 대표팀은 정상 훈련이 어렵다.

KCC에서 체육관과 숙소를 제공, 우려했던 훈련 여건은 좋아졌지만 언제부터 12명이 모두 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 감독은 “이번 주는 재활과 웨이트만 실시하고 다음주부터는 합숙을 시작해 전술 훈련을 해볼 생각”이라며 “다른 팀 전력 분석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 식사 장소로 옮긴 허 감독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프로팀 감독이 소속 선수의 재활을 위해 대표팀 합류를 늦춰달라는 전화였다. 허 감독의 표정은 또 다시 굳어졌다. 통화를 마친 뒤 허 감독은 숟가락을 놓았다.

출발부터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심한 허 감독은 “예전에는 대표팀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로비를 했는데 이제는 빼달라고 로비를 하는 세상이 됐다는 게 참 속상하다. 그래도 팀을 책임졌으니 잘 준비해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관련기사]허재 감독 “선수 시절 못다 이룬 꿈 이루겠다”

[관련기사]男농구대표팀 부상 암초 부딪혀 난망

[관련기사]“만리장성 넘는다” 하승진 등 男농구대표팀 12명 확정

[관련기사]하승진 “저 국가대표 좋아해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