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K-두산 ‘4월의 KS’ 실리만 잃었다

  • 입력 2009년 5월 1일 07시 36분


잠실 3연전 리뷰

얻은 것은 자존심, 잃은 것은 실리. 프로야구계의 가장 ‘선명한’ 앙숙인 SK와 두산이 4월 28일-30일 첫 3연전을 가졌다. 결과는 1승 1무 1패. 연장 무승부는 1패나 다름없고, 12회 후유증까지 감수해야 되건만 양 팀은 ‘같이 죽자’는 식으로 결사적이었다.

○4월 28일, SK의 위기 그리고 대처

SK가 2-15로 참패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래 최다 실점. 선발 카도쿠라가 뭇매를 맞았다. “잘못 던진 게 아니라 두산이 정말 잘 친다”가 현장의 정설이었다. 15점차로 뒤지던 SK가 2점을 쫓아가자 두산 응원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SK 야구가 처음 받아보는 ‘악어의 눈물’이자 굴욕이었다. 이 순간, 김 감독의 독특한 통치술이 나왔다. 평소 강성이지만 팀이 완전히 꺾였다 싶으면 아예 풀어줘 버리는 식이다. “최근 3년 새 최악의 경기.” 그 참사를 ‘차라리 바닥을 찍었다’란 안도감으로 전환시키는 노회한 마력이다.

○4월 29일, 4시간 35분짜리 투우?

연장 12회까지 가서 6-6으로 비겼다. 시즌 최장시간 경기. 기(氣)에 죽고 사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색깔은 강자인 SK를 만나면 한층 뚜렷해진다. 야수 엔트리 전원을 소진했다. 연장 11회 투수 타석이 돌아오자 호투하던 고창성을 빼고 금민철을 대타로 썼다. 금민철도 투수지만 타격 솜씨가 더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9회말 1사 후 4-6 열세를 동점으로 만든 두산의 기세에 맞서 SK 벤치는 투우사처럼 노련하게 예봉을 피해갔다. 11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최준석 타석 때 고의4구.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 건너는’ 김성근 야구식 철두철미함의 단면이었다.

○4월 30일, SK엔 김광현이 있다

무승부를 포함하면 SK는 3연패. 30일 두산전마저 내주면 2위로 내려갈 판. 그러나 SK 벤치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이호준은 “두산이 확실히 잘 한다”며 오히려 상대를 치켜세웠다. 포수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인 박경완은 몇몇 투수들을 불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기류는 실전으로 이어져 1회 먼저 2점을 주고도 SK는 3회 운에 편승한 동점, 4회 대거 4득점으로 흐름을 잡았다. 특히 승부처인 4회 만루에서 SK의 정공은 두산의 변칙적 투수교체를 깼다. 대타 김재현을 내서 밀어내기 볼넷을 유도했고, 좌타자 박재상을 좌투수 금민철과 붙여서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끌어냈다. 모처럼 이종욱까지 동원한 두산이지만 ‘역시 SK를 넘으려면 김광현을 깨야 된다’는 숙제를 새삼 확인한 첫 대면이었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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