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타자가 투수를?…닉 스위셔 1이닝 깜짝 등판

  • 입력 2009년 4월 14일 14시 48분


뉴욕 양키스의 3번타자 닉 스위셔(1루수)가 마운드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스위셔는 14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 8회말 구원투수로 깜짝 등판했다. 스위셔는 1이닝을 1안타 무실점 1볼넷 1삼진으로 마무리했다.

투수가 아닌 1루수 스위셔가 마운드에 오른 이유는 이미 승부의 추가 탬파베이로 크게 기울었기 때문. 선발투수 왕첸밍이 1이닝 6안타 8실점으로 부진한 양키스는 8회초까지 5-15로 끌려갔다.

경기를 뒤집을 수가 없다고 판단한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은 불펜진의 소모를 줄이고 관중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스위셔를 마운드에 올렸다.

흔한 장면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는 팀이 야수를 마운드에 투입해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앞서 있는 팀이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다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 되지만, 큰 점수차로 끌려 가는 팀이 야수를 투수로 투입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도 마운드에 오른 것이 재미있는 듯 스위셔는 투구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비록 경기를 내줬지만 양키스 선수들도 스위셔의 피칭에 웃음을 보였다. 스위셔는 게이브 캐플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스위셔는 이날 등판한 양키스의 5명 투수 중 유일하게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스위셔는 본업(?)인 공격에서도 홈런을 때려내는 등 투타에 걸쳐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참고로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야수로 보낸 스위셔는 고등학교 때 잠깐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양키스의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1997년 웨이드 보그스 이후 처음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교타자 보그스는 당시 너클볼을 던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양키스 소속은 아니지만 마크 그레이스, 제프 시릴로 등도 지난 몇 년 사이에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스위셔의 깜짝 등판이 이슈가 된 이날 경기에서는 탬파베이가 양키스 마운드를 초토화 시킨 끝에 15-5로 승리를 거뒀다.

카를로스 페냐는 6타수 3안타 6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를 던진 스캇 캐즈미르는 시즌 2승 달성에 성공했다. 탬파베이의 중견수 B.J.업튼은 윌리 메이스를 연상케 하는 ‘바스켓 캐치’로 오래 기억될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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