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영웅’ 41년 묵은 선배의 한 풀다

  • 입력 2009년 4월 14일 08시 22분


앙헬 카브레라(40)는 아르헨티나의 영웅이다.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골프의 메이저 타이틀인 US오픈(2007년)과 2009년 마스터스 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 트레버 이멜먼은 남아공화국 출신으로는 개리 플레이어 이후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이멜먼이 어렸을 적 골프를 시작할 때 그의 영웅은 골프의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타이틀)을 작성한 역대 5명 가운데 한 명인 플레이어였다. 이멜먼은 5살 때 전성기의 플레이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될 성 부른 떡잎은 스타들의 플레이를 보며 성장한다. ‘빙판의 제왕’웨인 그레츠키도 캐나다 하키의 영웅이었던 고디 하우를 롤 모델로 삼았다.

이멜먼도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빠지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둘은 부자 사이처럼 가깝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개리 플레이어가 생애 마지막 마스터스 대회(52회 출전)였던 36홀을 마치고 그린을 벗어날 때 이멜번은 따뜻하게 레전더리 골퍼의 아름다운 퇴장을 축하했다.

마스터스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올해 우승자 앙헬 카브레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1968년 카브레라가 태어나기 1년 전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골프를 가장 잘 친 선수가 로베르토 디비센조(86)였다.

통산 7차례 PGA투어에서 우승한 카브레라 이전 시대의 스타 골퍼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스터스에서 뼈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디비센조는 그 해 우승을 거머쥔 미국의 봅 골비와 11언더파로 동타를 이뤄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러나 동반 라운드를 한 토미 애런이 버디를 잡은 17번홀을 파로 스코어를 적어 제출했다.

디비센조는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기다리고 있다가 스코어 오기에 따라 골비에 1타가 뒤져 그것으로 게임이 끝나버렸다. 애런의 스코어 오기를 잡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 사인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마스터스 사상 최대 해프닝으로 꼽힌다. PGA 룰에는 스코어에 오기를 하더라도 높은 스코어는 그대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낮은 스코어로 적어내면 실격이다.

마스터스 그린재킷의 한을 품고 있는 디비센조는 2007년 카브레라가 US오픈 우승으로 국민 영웅이 돼 금의환향했을 때 “너는 그린재킷을 꼭 입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디비센조는 비록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입는데 실패했지만 카브레라가 41년 뒤에 아르헨티나의 한을 풀어준 셈이 됐다. 12일 아르헨티나 국민과 디비센조에게는 뮤지컬 에비타의 주제곡 ‘Don’t cry for me Argentina’의 노래가 실감나는 날이었다.

LA|문상열 통신원

[관련기사]페리 ‘보기의 악몽’…최고령 우승꿈 날아가

[관련기사]이진명(대니 리) ‘몸값 대박 어프로치’

[관련기사]카브레라, 마스터스 역전우승

[관련기사]미셸 위의 화려한 장타쇼가 기다려진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