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방송사 대표팀 섭외폭격 해도 너무해

  • 입력 2009년 3월 27일 07시 52분


각 구단 홍보 담당자들은 요즘 밀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수들을 출연시키고 싶다는 방송 관계자들의 섭외 전화다.

김인식 감독과 김태균 이범호의 소속팀 한화, 윤석민 이용규의 소속팀 KIA, 봉중근의 소속팀 LG는 그 정도가 한층 심하다.

26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주제는 ‘한국 야구의 오늘과 내일’이었다.

WBC 준우승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이 때,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형편없는 우리의 인프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보자는 뜻이었다.

토론의 시점과 취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 하지만 구단들은 김 감독과 주요 선수들을 출연시키고 싶다는 제작진의 연락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태평양을 두 번씩 건너는 일정에 지친 대표팀이 귀국 하루 만에 밤 12시부터 2시간 동안 계속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김 감독에게 출연 의사를 물었던 한화 관계자도 정중히 고사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더 곤란한 건 각종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출연 요청이다. 비시즌 때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프로야구 개막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

1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체력이 필요한지 아는 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선수들은 WBC 출전으로 인해 소속팀에서 제대로 손발을 맞춰볼 시간조차 부족했던 상황이다.

최상의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개막 전까지 컨디션 회복과 훈련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각 구단 역시 “야구장으로 찾아와서 하는 인터뷰라면 모를까, 방송국에서의 장시간 녹화는 무조건 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열기를 이어가려는 의도는 알겠다. 발 빠른 대처도 좋다. 하지만 은근슬쩍 시류에 편승하려는 시도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선수들의 본업이 ‘예능’이 아니라‘야구’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배영은기자 yeb@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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