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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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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 센터 5층 회의실 입구에는 역대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사진이 걸려 있다. 1997년 강동희를 시작으로 이상민 서장훈 김승현 신기성 김주성 양동근….
이제 KT&G 주희정(32·사진)이 그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희정은 23일 KBL이 발표한 기자단 투표에서 80표 중 53표를 얻어 모비스 함지훈(15표)을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늘 꿈꿔 온 상을 처음 받게 됐지만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주희정은 머쓱한 미소를 머금었다. KT&G가 전날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팀에서 MVP가 나온 적은 없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주희정은 “솔직히 기분 좋은 것보다 가슴이 미어지고 아프다.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겸손하게 말했어도 올 시즌 주희정 없는 KT&G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시즌 전 유도훈 감독의 사퇴에 이어 캘빈 워너의 대마초 흡연, 양희종과 마퀸 챈들러의 부상 등 악재 속에서도 주희정은 눈부신 활약으로 순위 경쟁을 주도했다.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8분 넘게 뛰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어시스트와 가로채기 1위.
대학 중퇴 후 1997∼1998시즌 프로에 뛰어들어 12시즌 동안 계속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 주희정은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경기 수, 어시스트, 가로채기 등에서 깨지지 않을 기록을 세운 뒤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아일보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