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집중력 아쉬웠던 일본전 마운드

  • 입력 2009년 3월 21일 07시 44분


20일(한국시간) 벌어진 1조 순위결정전은 상금 40만달러가 걸려있다는 점 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심지어 중계를 한 ESPN조차 “이 경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WBC 주최측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WBC 출전국 가운데 가장 기본기가 잘 돼있는 야구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이날 ESPN의 해설자 스티브 필립스가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지금까지 단 2개의 실책밖에 없을 정도로 철저한 기본기 야구로 2회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고 칭찬한 게 무색할 정도로 실책 퍼레이드를 펼쳤다.

사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일부러 지려고 하는 선수와 감독은 없다. 다만, 선수 라인업에서 코칭스태프가 경기를 임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일본과의 4차전은 분명 올인 게임이 아니었다.

좌완 장원삼을 선발투수로 기용하고, 베테랑 박경완 대신 강민호에게 주전 마스크를 쓰게 하고, 원래 3루수인 최정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울 때 팬들이나 전문가는 이날 일본전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코칭스태프가 올인 하지 않는다고 선수마저 느슨한 플레이를 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승리조합에 포함되지 않았던 투수들은 경기 흐름을 읽는데 너무 안이했다.

일본과의 조 순위결정전에 등판한 투수들은 몇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본 투수와 한국 투수를 비교하려는 게 아니다.

우선 투수는 팀이 득점을 올렸을 때 곧바로 다음 이닝에 실점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쉽게 지나쳤다.

1회말 김현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2회초 일본의 반격 때 2점을 내줬다. 2개의 실책이 있었지만 선발 장원삼은 동점홈런을 허용했다.

또 7회말에도 이범호의 동점홈런이 터진 뒤 8회초 구원등판한 오승환이 연속안타로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광현에게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2라운드에서 두차례 구원등판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듯했던 김광현은 8회초 무사 1·3루 상황에서 오가사와라를 만났을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좌완에 좌타자 상대여서 심리적으로 김광현이 우위였다. 더구나 볼카운트 2-1로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예전 빙그레 김영덕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하면 벌금을 물렸다.

투수가 유인구를 2개나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광현의 구위는 삼진도 가능했다. 그런 뒤 다시 좌타자 가메이를 만나게 돼 병살타를 유도하면 무실점으로 막을 수도 있었다.

야구가 말로 하는 게 아니지만 김광현은 줄줄이 좌타자와 승부였다.

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장 차이다.

그러나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에서 승리조합에 포함되는 투수와 그밖의 투수는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샌디에이고|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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