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생명인 골프서 훌훌 벗은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PGA CA챔피언십 스텐손 “옷 더럽히느니…”

최경주-양용은 1R 9번홀서 묶여 공동 60위


골프장에서 알몸에 팬티 한 장만 걸치고 플레이할 수 있을까.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에서 좀처럼 있을 수 없는 해프닝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나왔다. 기행의 주인공은 헨리크 스텐손(33·스웨덴)이었다.

13일 미국 마이애미 도럴골프장 블루코스(파72)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 1라운드.

10번홀에서 출발한 스텐손은 3번홀(파4)에서 티샷한 볼이 워터해저드 입구의 진흙에 깊이 빠졌다.

벌타를 받고 공을 집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그대로 치기로 했다. 그 대신 옷이 진흙범벅이 되는 것을 피하겠다며 베테랑 여성 캐디인 패디 수네손의 도움을 받아 아예 옷을 벗었다. 그는 온몸에 진흙을 튀겨가며 웨지로 볼을 빼낸 뒤 보기로 홀아웃했다.

경기 후 “셔츠까지 다 벗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스텐손은 “원래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창조하셨다”며 “옷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었고, 이번 일로 플레이걸 같은 남성 누드잡지의 스폰서 계약 제의가 들어올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팬티 투혼’을 보인 스텐손은 공동 17위(3언더파 69타)로 경기를 마쳤다.

양용은과 최경주는 10번홀에서 티오프해 나란히 마지막 9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공동 60위(1오버파 73타)에 그쳤다. 양용은은 이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최경주는 더블보기를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타이거 우즈는 1언더파 71타로 앤서니 김 등과 공동 40위에 머물렀다.

필 미켈슨은 7언더파 75타를 몰아쳐 지브 밀카 싱(인도), 레티프 구센(남아프리카공화국), 막생 쁘라얏(태국) 등과 공동 선두에 나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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