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숨은 영웅] ‘마당쇠’ 정현욱 도쿄돔서도 쓱쓱!

  • 입력 2009년 3월 10일 07시 36분


삼성 정현욱(31·사진)은 지난달 중순 WBC 대표팀의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하면서 “내가 엔트리에서 빠진다는 예상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쟁쟁한 투수들이 즐비한 대표팀에서 “내 구위와 이름값이 가장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코칭스태프도 당초 그를 ‘버리는 카드’로 여겼다. 대만이나 중국처럼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났을 때, 혹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승부가 한 쪽으로 기울었을 때 내보낼 생각이었다. 하와이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7일 일본과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정현욱의 진가가 드러났다. 2-8로 승부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묵직하고 낮게 깔리는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그리고 투구수 14개를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코칭스태프가 ‘중요한 순간’을 위해 그를 아껴두기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정현욱은 그 결정에 화답했다. 9일 일본과의 1라운드 A조 결승.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고 있는 6회 1사 후에 선발 봉중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1.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안타 2개를 맞긴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위기를 막아냈다. 투구수 21개 중 무려 18개가 스트라이크. 지난해 삼성의 허리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한 그가 ‘세계 속의 마당쇠’로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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