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명화 입고 뜁니다”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종근당 조판기 대리와 동호회원의 ‘뜻깊은 도전’

30, 40대 직장인에게 늘어나는 건 뱃살과 자녀 학원비뿐이다. 늘씬했던 총각 시절이 그립고 책상 앞만 지키다 보면 삶이 무료해진다. ‘운동을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이때쯤이다.

종근당 조판기 대리(41)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총각 시절 68kg이던 몸무게가 2000년 결혼 후 몇 년이 지나자 80kg을 훌쩍 넘겼어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2006년 3월 사내 마라톤 동호회인 ‘CRC(Chong-Kun-Dang Runner′s Club)’의 문을 두드렸다.

“500m 뛰니까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달리기는 학교 체력장 이후 처음이었어요.”

오기가 생겼다. 퇴근 후 집 근처(경기 화성시) 논밭 길을 달렸다. 슬슬 자신감이 생겼다.

이듬해 봄 그는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5시간48분의 기록이었지만 결승점을 처음으로 끊은 감회는 남달랐다.

허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살점들과 ‘이별’을 한 것도 이때쯤. 몸무게는 70kg으로까지 줄었다.

“운동을 시작하니 자연스레 술자리도 줄었어요. 집에서 더 좋아하더라고요. 아내, 두 아이와 함께 5km 마라톤을 함께하면서 가정도 화목해졌지요.”

지난해 허리를 삐끗해 잠시 운동을 쉬었더니 체중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는 15일 열리는 200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0회 동아마라톤대회를 터닝 포인트로 잡았다.

“기록보다는 다시 뛴다는 게 중요해요. 쑥스럽지만 두 번째 완주가 목표입니다.”

2만 명이 넘게 참가하는 서울국제마라톤은 마라토너들의 축제다. 이봉주 같은 엘리트 선수뿐 아니라 조 대리와 같은 동호인 마라토너도 모두 축제의 주인공이다. 조 대리는 회사 동료 10여 명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다.

최근 회사 제품의 겉포장에 새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워의 초상’을 마라톤 상의에 붙인 채 달릴 계획이다. CRC 회장인 박근찬 대리(37)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마라톤을 하며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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