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훈련환경’ 희망으로 녹이다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리듬체조 간판 신수지 기량 닦는 세종고 강당 찾아보니

딱 1년 만이었다.

지난해 2월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리듬체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19·세종대 입학 예정)를 만났다.

당시 그는 세종고 강당에서 난방기 하나에 의존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기자가 느끼기에도 추운 곳이었다. 그는 외투를 껴입은 채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양말 2, 3켤레를 겹쳐 신고 있었다.

1년이 지나 세종고 강당에서 다시 만난 그의 훈련 환경은 그대로였다. 아니 더 나빠져 있었다.

약 330㎡에 불과한 강당에서는 리듬체조 국가대표와 상비군이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태릉선수촌에는 리듬체조 선수들이 훈련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20여 명의 선수가 함께 훈련하다 보니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4, 5명의 코치와 선수들은 이런 환경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했다. 올해 세종대에 진학하는 신수지는 대학에도 전용 훈련장이 없어 훈련은 세종고로 와서 해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 큰 변화가 없는 한 이곳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곳에서 국내 리듬체조 선수 절반이 훈련하고 있다고 봐도 돼요. 이제는 몇 년간 훈련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 출전으로 그는 두 가지를 얻었다.

자신감과 관심.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며 그들의 연기를 직접 봤다. 비록 예선 12위로 결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1만 명이 넘는 관중 속에서 자신 있게 연기를 펼쳤다.

“올림픽에 참가하고 나서 대담해진 것 같아요. 떨지 않고 즐겁게 했던 경기였어요.”

올림픽에 나간 뒤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높아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팬클럽도 생겼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리듬체조와 기계체조를 같은 종목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로 인해 리듬체조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요.”

올해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그는 지난해 17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안무와 곡을 받아 맹훈련 중이다. 이번에는 그의 언니가 직접 편곡했다.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Step by Step(한 걸음 한 걸음씩)’이라고 적혀 있다. 이미 그는 세계무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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