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런 테스트요? 모든 선수가 120회는 거뜬히 해요.”
한국팀으로 처음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정규시즌 정상을 차지한 안양 한라. 지난달 25일 우승을 확정한 뒤 기쁨도 잠시, 선수들은 24일부터 시작될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다시 모였다.
심의식 감독이 수훈갑으로 꼽은 이권재(26), 손호성(27), 김우재(30). 땀에 흠뻑 젖은 세 선수를 4일 안양 실내빙상장에서 만났다.
“정말 꿈만 같았어요.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우승하면서 다 풀렸어요. 호성이는 울기까지 했어요.”(이권재)
이권재와 손호성은 2년 전 하이원에서 한라로 이적해왔다. 이적 뒤 팀은 5위에 머물렀다. 둘은 이번 시즌 말 그대로 죽어라고 뛰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라의 상태는 참담했다.
“프리시즌에서 꼴찌를 했어요. 정말 의욕적으로 준비했는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김우재)
한라는 프리시즌에 1승 3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심 감독을 영입하고 외국인 용병으로서는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블락 라던스키와 대졸 최대어인 박우상과 김기성 등을 데려왔던 한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선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처음에는 선수들과 감독님 사이에 갈등도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먼저 대화로 다가왔어요. 오해가 다 풀렸죠.”(손호성)
우승에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있었다. 과거에는 무조건 뛰기만 했다. 올 시즌부터 한라는 개인의 특성에 맞게 훈련 일정과 운동량을 정했다.
“축구 선수들이 하는 셔틀런 테스트를 자주 했어요. 잘하는 선수들은 150회까지 뛰고 보통 120회 이상을 해요. 축구 대표팀 선수보다 더 잘 뛸 자신이 있어요.”(이권재)
“우승 뒤 일본팀들은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 같았어요. 아시아리그 홈페이지에 우승 결과가 바로 뜨지 않았어요. 한국팀의 우승만은 막으려고 견제가 심했어요.”(손호성)
이번 우승으로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예전에는 유럽팀과 붙으면 두 자리 점수차로 졌어요. 이제는 접전을 벌여요. 어느 팀이랑 붙어도 자신감이 생겼죠. 챔피언전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