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신임 CEO에게 묻는다] FC서울 정종수 사장 “첫째도 둘째도 팬”

  • 입력 2009년 1월 13일 08시 36분


팬의, 팬에 의한, 팬을 위한 명문 ‘3팬 구단’ 향해 뛴다

FC서울은 지난해 연말 선장이 바뀌었다. 이완경 사장 후임으로 정종수(60) GS EPS 사장이 제2대 CEO로 선임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위치한 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 사장은 먼저 사무실 위치를 자랑했다. “이렇게 경기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사무실을 가졌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현장 밀착형 사무실인데, 일할 의욕이 넘치는데요.”

34년간 영업맨으로 뛰었다는 그의 관록이 묻어났다. 사람 상대하는 것은 어디서나 매 한가지인 법. 그는 주저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막상 스포츠단에 와 보니 업무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축구와 배구가 생산품인데, 이를 팔기 위한 마케팅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할 일이 많습니다. 잘만 하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로 파급되는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지 6년째. 그 동안이 파종기라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매를 거둬들일 시기이다. “6년째인 올해부터는 수확해야죠. 귀네슈 감독의 축구가 만개 된다면 우리 마케팅도 탄력을 받게 됩니다. 지역기반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서울시민이 내 팀처럼 느끼는 순간 명품 구단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는 유독 고객을 강조했다. 첫째도, 둘째도 팬의 입장에 서겠다는 생각이다.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또 그 팬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FC서울을 팬들 그리고 연고지 서울 시민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단으로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싶습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는 만큼 좀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이는 구단의 재정 자립과도 밀접하다. 이제 자립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모기업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재임 기간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여 구단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구조와 기반을 갖추는데 힘을 쓸 작정입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해 한국 실정에 잘 맞는 묘안이 무엇인지 연구해 실천하겠습니다.”

FC서울로서는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눈물을 머금고 수원 삼성에 트로피를 내줬으니 말이다. 서울은 2000년 이후 아직 우승이 없다. 우승, 정 사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감동적인 경기였어요. 물론 우리가 졌지만, 젊은 선수가 많은 우리 팀에 훨씬 약이 됐을 거예요. 우승의 조건은 감독의 리더십,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 프런트 직원들의 헌신적인 지원 등인데, 우리는 이 모든 조건을 갖췄거든요. 그래서 우승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봐요. 올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 3개의 축이 잘 돌아간다면 가능하지 않겠어요?”

수원과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서도 정 사장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어느 종목에서건 독주는 재미없어요. 건전한 경쟁관계는 언제든지 좋아요. 라이벌전에서 졌다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그 패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음번에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연구할 수 있거든요.”

귀네슈 감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7일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귀네슈의 축구철학과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귀네슈가 가족같이 해달라고 부탁하던데, 가족의 개념을 유독 강조하더라구요. 터키 사람들의 의식이 한국과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호감이 가요.”

기성용 이청용 등 젊은 스타들이 많은 것도 서울의 특징이다. 이들은 각종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구단이 순순히 내보내줄 수 있을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개인과 팀, 그리고 한국축구 전체를 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구단은 선수들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선수들의 권익을 챙겨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의 경영 철학을 물었다. “신뢰와 열정을 우선적으로 꼽고 싶네요. 팬들의 무한 신뢰를 받기 위해 우리는 무한 열정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신뢰와 열정은 감동을 낳는 법이거든요.”

◆ 정종수 사장은?

○생년월일 : 1949년 10월 30일

○학력 : 경동고 졸업(1967년)·연세대 상학과 졸업(1971년)

○주요 경력

: 1970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입사·1992 GS칼텍스 영업담당 이사·1996 GS칼텍스 영업담당 상무·1999 GS칼텍스 부산경남지역본부장 전무·2000 GS칼텍스 부산경남지역본부장 부사장·2005 GS EPS 대표이사·2009 ㈜GS스포츠 대표이사 사장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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