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에게 쏟아지는 갈채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문경은 이상민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팀내 소금 역할

모비스 우지원(35)은 경기 중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늘 공을 만지작거린다.

슛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처음엔 ‘이 나이에 내가 뭘 하고 있나’ 속상했지만 유재학 감독이 출전 지시를 내리면 언제든 ‘한 방’ 넣을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한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우지원은 올 시즌 평균 8분을 뛰고 있지만 2점슛 성공률에 맞먹는 60%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앞세워 평균 3.5점을 넣고 있다. 늘 20점 가까이 넣던 전성기와 비교할 수는 없어도 점수차를 벌리거나 추격의 발판이 되는 영양가 높은 득점이 많아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하고 있다.

우지원은 “선수라면 누구나 오래 뛰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다만 몇 분이라도 내 존재 이유를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이리저리 날아오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몸을 던져서라도 받는, 중고교 시절에나 했던 기본 훈련까지 하고 있다. 선배의 솔선수범에 모비스 선수들은 군말 없이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고공질주를 하고 있다.

오리온스 김병철(35)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자신의 별명인 ‘피터팬’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술과 야식을 철저히 피하면서 체중은 10년 넘게 80kg을 지켜 여전히 속공 가담이 빠르고 좀처럼 부상도 당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30대 중반에 평균 20분을 뛰며 10점 가까이 넣고 있다. 지난달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29점을 퍼부었다. 팀 후배 김승현은 “병철이 형은 아마 50세까지도 뛸 것”이라며 웃었다.

프로농구에서 두 번째 최고령인 SK ‘람보 슈터’ 문경은(38)은 최근 밤 12시까지 슈팅 훈련을 했다. 눈을 감고도 넣을 정도라는 국내 최고의 슈터였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출전시간 감소로 경기 리듬을 찾을 수 없어 훈련만이 자신감을 되찾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평소 달변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는 데도 앞장서는 문경은은 “몇 차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놓쳐 후배들 볼 면목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 이상민(36), LG 현주엽(33)도 크고 작은 부상과 싸우면서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벤치에 있을 때도 오랜 경험으로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한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인기스타로 이름을 날린 이들은 어느새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았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농구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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