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WBC감독선임 “결론은 김인식”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32분


기술위 “만장일치 추대, 삼고초려라도…” 김인식 감독 “몸도 성치 않은데…”

표류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에 2006년 4강신화를 이룬 한화 김인식 감독(61)이 선임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WBC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을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김 감독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이 기술위원회의 회의를 마치고 기자실에서 이같이 발표한 뒤 윤동균 기술위원장이 대표팀 감독 선정의 경과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기술위원회는 “전임감독제, 재야감독, 현역 감독 등 3가지 방안이 있지만 현역 감독이 맡는 것이 좋다고 봤다. 일본도 (전임감독) 호시노가 실패하면서 (현역감독인) 하라 다쓰노리로 가는 상황이다. 내년 WBC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현장감을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재야감독이나 전임감독은 어렵다고 봤다. 3일 두산 김경문 감독, 4일 SK 김성근 감독을 만났으나 모두 고사의 뜻을 나타냈다”면서 “롯데(제리 로이스터 감독)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구단 감독을 놓고 회의를 한 결과 한화 김인식 감독을 추대하기로 최종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위원회는 “2010년 아시안게임부터는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등 대표팀 감독 결정방식을 야구규약에 삽입시키거나 규정을 만들어 제도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기술위원회의 일방통행식 대표팀 감독 결정으로 인해 공은 김인식 감독에게로 넘어갔다. 김 감독은 이날 자신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죽겠다. 왜 나를 죽이려고 해?”라면서 예상치 못한 소식에 난처한 목소리로 곤혹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2005년 1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아직 완전한 몸상태가 아닌 김 감독은 “몸만 괜찮으면 (WBC 대표팀 감독을) 하겠지만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팀 감독을 했는데…. 하 총장이 시즌 중에 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농담인줄 알았다”면서 “지금 당장 대답하기는 어렵다. 생각해봐야겠다. 구단과도 얘기를 해봐야될 문제인 것 같다”면서 감독직 수락여부를 놓고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타나냈다.

김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코치로 참가해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 제1회 WBC에서는 일본을 2차례 격파했고, 메이저리그 선수로 구성된 멕시코와 미국 등을 연파하며 4강신화를 달성해 ‘국민감독’으로 추앙받았다.

KBO는 “김인식 감독도 몸이 조금 안 좋은 상태지만 최근 건강이 많이 좋아졌고, 현역 중 대안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았다. WBC 감독은 희생정신 없이는 맡기 힘든 자리다. 김인식 감독을 조만간 찾아뵙겠다. 대표팀을 반드시 맡아주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누구도 떠안지 않으려고 해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되는 대표팀 감독직. 과연 김인식 감독이 그 성배를 받아들이는 용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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