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결승처럼” 정대현이 끝냈다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2루수 정근우, 유격수 나주환, 투수 정대현, 3루수 최정(왼쪽부터) 등 SK 내야수들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2로 쫓긴 9회 말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을 더블 플레이로 막아 승리를 확정지은 뒤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2루수 정근우, 유격수 나주환, 투수 정대현, 3루수 최정(왼쪽부터) 등 SK 내야수들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2로 쫓긴 9회 말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을 더블 플레이로 막아 승리를 확정지은 뒤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SK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잡고 2승 1패로 앞서나갔다. SK는 29일 잠실에서 두산을 3-2로 꺾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가운데 두 번째 승리를 먼저 거둔 팀이 우승한 경우는 13번 중 11번(84.6%)이다.

○ 기막히게 들어맞은 ‘김성근 오더’

SK 김성근 감독은 “전부 다 바꿨다”며 1, 2차전과는 판이한 선발 출장 명단을 내놨다.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김재현을 빼고 프로 2년차 백업 포수 이재원을 3번 지명타자로 세우는 한편 1, 2차전에서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최정을 5번에 중용했다. 5, 6번을 쳤던 이진영은 왼손 타자임에도 2번으로 올렸다. 이재원은 정규 시즌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 12타수 4안타(0.333)에 홈런 2개로 성적이 좋았다. 이진영도 타율 0.346에 홈런 2개로 괜찮았고 최정은 두산 왼손 선발 이혜천을 상대로 6타수 4안타(0.667)를 기록했다.

김 감독의 오더는 적중했다.

1회 SK의 첫 안타를 때렸던 이진영은 4회 1사에서 2루타를 뽑아냈고 이어 등장한 이재원은 선제 타점을 올렸다. 이재원은 1-1로 맞선 6회 1사에서 다시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진 2사 1루에서 최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김경문 감독은 잘 던지던 이혜천을 내리고 이재우를 등판시켰다. 이혜천에게 강했던 최정은 이재우에게는 정규 시즌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성적은 참고 자료일 뿐. 최정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 쳤고 결승 2점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 절반만 성공 ‘김경문 대타 작전’

4회 선취점을 내준 두산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4회 1사에서 볼넷으로 나간 김현수가 SK 선발 케니 레이번의 폭투로 홈을 밟았다.

두산은 1-3으로 뒤진 6회 2사 2, 3루의 동점 기회를 맞았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때렸던 최준석을 내보냈지만 SK 세 번째 투수 윤길현은 스트라이크를 주지 않았다. 최준석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해 2사 만루. SK는 조웅천으로 투수를 바꿨고 두산은 채상병 대신 유재웅이 타석에 섰지만 삼진으로 돌아섰다.

6회에 통하지 않았던 두산의 ‘대타 작전’은 7회에는 통했다. 9번 전상렬의 대타로 나온 백업 포수 최승환이 조웅천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린 것. 하지만 최승환 앞에 주자는 없었고 두산은 2-3으로 따라 붙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두산은 9회말 1사 만루의 마지막 찬스에서 김현수가 병살타로 물러났다. 마운드에는 국가대표 마무리 정대현이 있었고 8월 23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쿠바를 3-2로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감격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기 후 두 김 감독은 “베이징에 못 간 사람은 오늘 쿠바와의 결승전 마지막 장면을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작전대로 경기 풀려 승리

▽SK 김성근 감독=아∼ 힘드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을 본 것 같다(웃음). 레이번이 잘 던져줬고 교체 타이밍도 괜찮았다. 오늘 두산 선발이 이혜천이라 고전하지 않겠나 싶었고, 후반에 풀어나갈 생각이었는데 그대로 된 것 같다. 이재원은 컨디션이 좋아서 김재현 대신 기용했고 보답을 했다. 내일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내용 좋았는데 결과 아쉬워

▽두산 김경문 감독=마지막에 멋진 장면이 한 번 나오나 싶었는데 베이징 더블 플레이가 나올 게 뭐냐(웃음). 경기 내용은 좋았는데 결과는 아쉽다. (김)현수는 큰 대회 경험이 더 필요하다.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고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이)재우가 잘 막아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쉽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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