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덕아웃 ‘권위주의 아웃’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53분


삼성 팀미팅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20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삼성 덕아웃 앞에서 펼쳐진 광경입니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 삼성 선수단은 한대화 수석코치의 인솔 아래 가벼운 팀 미팅을 가졌습니다.

한 코치는 빙 둘러선 선수들을 향해 대뜸 “우리 투수들 참 잘 던지더라. 윤성환, 수고했다”라며 3차전에서 5이닝 1실점한 선발 윤성환을 비롯한 투수진을 격려했습니다. 다시 선수들을 쭉 둘러보던 한 코치는 3차전에서 2타점 결승타를 친 내야수 박석민을 발견하고는 “박석민, 너도 박수 한번 쳐줄까”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동료들이 박수를 보내자 박석민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꾸벅였구요. 이어 내야수 신명철과 외야수 최형우 등도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낌없는 박수가 곁들여진 ‘칭찬 릴레이’를 지켜보면서 행복한 기운을 나눠받은 듯했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해도 삼성 덕아웃의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이처럼 공개적으로 미팅을 한 적도 없을 뿐더러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취재진과의 접촉을 금지한 모 고참 선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던 시절이었죠. 게다가 선동열 감독도 사령탑 초기라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게임이 안 풀리면 코치들(주로 타격)에게 여과없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한마디로 선수도, 코치도 모두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삼성 덕아웃은 환골탈태(?)했습니다. 선 감독도 시즌 초부터 전에 없이 부드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도중 한때 4위 경쟁을 포기하기도 했던 선 감독은 가까스로 4강에 들자 “다 선수들 덕”이라며 진심으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더군요. 감독의 표정이 부드러워지자 코치들과 선수들도 취재진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요즘은 아예 함께 낄낄거리기도 합니다. 이날도 취재진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그라운드에 누워 한창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주장 진갑용이 어김없이 끼어들더군요. 헤어스타일 만큼은 메이저리그의 빅스타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를 복제한 듯한 박석민은 팀 내에서는 물론 취재진에게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구요. 그리고 올 10월, 삼성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편안히 ‘가을잔치’를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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