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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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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배구공을 놓을까도 생각했다.
김민지(23·GS칼텍스)는 실업 드래프트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운동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 내가 왜 배구를 했을까 하고 후회했어요. 그땐 어려서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그랬던 그가 이젠 프로 5년차로 한국의 대표적인 레프트 공격수로 성장했다.
1일부터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아시안컵(AVC컵) 여자배구대회에서 그는 한국의 5연승과 준우승을 주도하며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코트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는 그이지만 학생 때는 말도 없고 내성적이었다. 지금은 힘차게 내리꽂는 스파이크처럼 시원한 성격으로 변했다. 숙소에서 선수들과 곧잘 장난도 친다.
“요즘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껴요. 예전에는 김연경(흥국생명)과 비교되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런 부담에서 벗어났어요.”
이번 대회에서 그는 자극도 많이 받았다. 아시아 배구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진 것. 실제로 태국, 대만, 베트남은 예전보다 나은 실력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아시아 선수들의 기본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걸 보면서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게 배구를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그는 올해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는 것.
“지금까지 제대로 된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기량 발전상이 전부예요. 이번에 팀의 2연패와 함께 MVP를 타고 싶어요.”
한편 한국은 7일 최강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0-3(17-25, 19-25, 18-25)으로 졌다.
나콘랏차시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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