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높이’, 안젤코 잡고 V헹가래

  • 입력 2008년 9월 8일 09시 14분


결국 현대캐피탈이 웃었다. 김호철 감독의 현대는 7일 양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배 양산프로배구 결승전에서 ‘숙적’ 삼성화재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물고 물린 징크스

겨울리그 통산 10회 우승의 삼성도 깨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컵 대회와의 인연이다. 신치용 감독은 “징크스는 없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 전 “작년 컵 대회에서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이 결승에 올라 V리그 판도 변화를 예고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올해 삼성과 현대가 만났는데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되묻던 신 감독이었기에 속은 더욱 쓰렸을 것이다. 반면, 현대는 2006년 원년 대회 우승 이후 두 번째 트로피를 챙겼다. 지난 시즌 V리그 챔프전에서 3연패와 이번 대회 준결승 리그까지 삼성에 4연패한 뒤 거둔 수확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김 감독은 “벤치에 앉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경기였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앤더슨 vs 안젤코, 승자는?

용병 싸움도 볼만 했다. 예선, 준결승 리그까지 삼성 안젤코의 기량이 월등해 보였다. 현대 앤더슨에 대해서는 ‘실력이 얼굴과 반비례한다’는 평까지 나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앤더슨이 웃었다. 안젤코는 30점을 올렸으나 24득점한 앤더슨에 비해 공격 성공률에서 뒤졌다. 정신력도 달랐다.

앤더슨은 “현대가 ‘삼성을 꺾기 위해’ 날 영입한 것을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반면, 신 감독은 안젤코에 대해 “몸이 완전치 않다. 공격이 자신에게 집중돼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높이-속공 vs 조직력-수비

‘장신 군단’ 현대는 높이와 빠른 속공을 활용했고, 삼성은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안정된 수비를 내세웠다. 양 팀 장점을 살린 팽팽한 승부는 체력과 집중력에서 갈렸다. 사실 삼성은 노장들이 많아 안정을 주지만 높이에서 절대 열세다. 현대의 주력 대부분이 190cm가 넘는 신장을 지녔으나 삼성에는 안젤코(200cm), 신선호(196cm), 고희진(198cm) 등 세 명에 불과하다.

현대에도 위기는 있었다. 리베로 오정록이 3세트에서 왼 종아리를 다쳤다. 김 감독은 수비에 능한 박종영을 투입해 빈 자리를 메웠다. 고비에서 안젤코의 범실이 잦아져 삼성은 페이스를 잃은 반면 현대는 끈질긴 블로킹과 강한 체력으로 상대를 몰아쳤다. 김 감독은 “모든 게 잘 풀렸다”고 했고, 신 감독은 “우린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며 깨끗이 패배를 시인했다.

양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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