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 딴 우리 현수 가문의 영광”

야구 김현수 모친 감격 마중 “고교졸업 지명 못받던 시련, 그때 마음고생 다 잊었어요”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이 금의환향한 25일 인천국제공항. 한 손에 꽃다발을 든 이복자(56) 씨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 C게이트 앞을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이 씨가 출입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이유? 금메달리스트인 아들 김현수(20·두산·사진)를 1초라도 빨리 보고싶어서였다. 이 씨의 자랑스러운 아들은 한국 야구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24명의 선수들 중 하나였다.

이 씨는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대뜸 “현수는 지금까지 야구 문제 이외에는 속 한번 썩여본 적이 없는 아이”라고 했다. 김현수가 이 씨를 속상하게 한 건 단 한번 뿐.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펄펄 날던 아들이 졸업하면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때였다. “그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우리 현수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야구 아니면 다른 데는 관심도 없는 애였거든요.”

어깨가 축 처진 아들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 씨도, 아버지 김준경(59)씨도, 김현수도 뜻이 같았다. 여기서 야구를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결심이었다. 부모는 홀로 외롭게 훈련하는 아들의 곁을 지켰다. 아들은 결국 6개월 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 다음 해에는 꾸준히 1군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올해는 풀타임 주전. 게다가 전반기 타격 1위(0.344)다. 어머니는 “이제는 그 때의 마음고생을 잊은 지 오래”라고 했다. 생각도 못했던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니 “현수는 우리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음을 멈추지 못할만도 하다.

평소에도 부모를 끔찍이 챙기는 김현수는 베이징에 가서도 아침·저녁으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우승하던 날, 김현수는 가장 먼저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금메달 땄어!” 아들의 함성에 어머니도 마음이 벅찼다.

화목한 가족은 지금의 김현수를 만든 원동력이다. 그의 자신감과 낙천적인 성격도 가족의 무한한 애정과 믿음에서 나왔다. “나는 잘 아프지도 않고 컨디션도 늘 좋다”고 싱글벙글하던 김현수의 체력도 가족이 물려준 것이다. 아버지 김 씨는 매일같이 아들을 야구장에 자동차로 데려다준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매일 홍삼을 달인다. 이 씨가 아들에게 바라는 건 단 한가지 뿐.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금메달리스트는 온 가족이 함께 만든다.

인천국제공항=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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