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수리엔의 눈물,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 입력 2008년 8월 22일 11시 11분


부상으로 한 발 밖에 쓸 수 없었지만, 그녀의 투혼은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21일(한국시간)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과 남자 68kg급 경기가 열린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

이날 준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수리웬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했다. 선수 입장때부터 절뚝 거리던 수리엔은 오른발 잡이였지만, 왼발을 땅에 디딜 수 없어 왼발을 공중에 든 채 경기를 치렀다.

먼저 후려치기로 행운의 2점을 얻은 수리웬은 홈 관중의 열띤 응원에도 상대 선수와 계속해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부상 부위인 무릎을 부딪히며 매트 위로 넘어지기 일쑤였다.

특히 수리웬의 최대 고비는 2라운드에 찾아왔다. 40초를 남긴 상황에서 부상이 도져 무릎을 부여 잡고 매트 위로 쓰러진 것. 도저히 경기 속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경기장에 모인 모든 관중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시작하자 수리엔은 고통을 참으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그녀의 투혼에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도 볼 수 있었다.

이후 수리엔은 2-4로 역전당한 상황에서도 상대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3라운드에서 극적인 동점에 성공했다. 한 발 밖에 쓸 수 없어 상대 선수의 머리만 집중적으로 공략한 작전이 주요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승부를 4라운드 서든데스까지 끌고 간 수리웬은 결국 옆구리 헛점을 노출시키며 1점을 잃어 패하고 말았다.

수리웬은 경기가 끝난 뒤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 많은 관중들도 그녀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선사한 수리웬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권도정신'을 실천하며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진정한 태권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베이징=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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