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실수 연발 양태영… 아직 괜찮아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3분


양태영(28·포스코건설)이 뜀틀 출발선에 섰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체조 경기가 열리는 1만8000명 정원의 국가실내체육관 한쪽에서 한국 응원단이 양태영을 연호했다. 방금 전까지 ‘자유(加油·파이팅) 중국’ 소리로 가득 찼던 곳이었다.

양태영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스타트 점수는 좋았다. 하지만 착지에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메달에 도전했던 남자 기계체조대표팀이 5위에 그쳤다.

대표팀은 12일 열린 기계체조 단체전 결선에서 마루운동 안마 링 뜀틀 평행봉 철봉 6종목 합계 274.375점으로 4위 독일(274.600점)의 뒤를 이었다. 체조 강국 중국은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286.125점을 얻어 4년 전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278.875점)을 크게 누르고 8년 만에 우승을 탈환했다. 모건 햄, 폴 햄 형제가 빠진 미국은 동메달을 땄다.

한국은 양태영 외에 유원철(24·포스코건설), 김대은(24), 김승일(23·이상 전남도청), 김지훈(24·서울시청), 김수면(22·한국체대) 등 6명이 출전했다. 결선은 각 종목에 3명씩 출전해 6종목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아테네 올림픽 4위, 지난해 세계선수권 5위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노렸지만 잦은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오심으로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땄던 양태영은 철봉을 뺀 5종목에 출전했지만 모두 성적이 나빴다. 베이징에 오기 전 다친 허리에 통증이 남아 있는 탓에 특히 착지가 불안했다. 평소의 양태영이라면 5∼6점은 더 받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양태영에게 소감을 물었지만 양태영은 고개를 숙인 뒤 인터뷰를 사양했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부담이 커 보였다.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체조는 14일부터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이 펼쳐진다. 양태영에게 필요한 건 과거를 빨리 잊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격려와 응원이 필요할 때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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