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전설’ 8년전 꿈나무들과 동반 출격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어린이 수영 캠프에서 퐁 자매와 함께한 대러 토레스(가운데). 왼쪽이 샌드라, 오른쪽이 대니엘. 퐁 자매는 토레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 베이징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 미국 사격 대표로 각각 출전한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어린이 수영 캠프에서 퐁 자매와 함께한 대러 토레스(가운데). 왼쪽이 샌드라, 오른쪽이 대니엘. 퐁 자매는 토레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 베이징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 미국 사격 대표로 각각 출전한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美여자 수영스타 대러 토레스

“캠프서 만난 자매 대표 유니폼 입어”

미국 사격 대표팀의 샌드라 퐁(18)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최근 한국에서 막바지 훈련을 할 때였다. 자신의 e메일을 열어 보니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나를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시작되는 이 메일은 미국의 여자 수영 스타 대러 토레스(41)로부터 온 것이었고 퐁 자매의 행운을 빈다는 내용이었다. 샌드라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퍼졌다.

어린 시절 한 만남 때문에 삶이 바뀌기도 한다. 샌드라와 그의 두 살 터울 여동생 대니엘(16)은 8년 전인 2000년에 토레스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토레스는 당시 미국 수영계의 대스타였고 한 어린이 대상 수영 캠프에 초대받았다. 토레스는 한 국제대회에서 여자 자유형 50m 미국 기록을 깨며 받은 금메달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져갔다. 앞줄에 앉아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한 자매에게 마음을 빼앗긴 토레스는 그 금메달을 덥석 자매 품에 안겨주었다.

자매는 당시 10세인 샌드라와 8세인 대니엘. 자매는 그때 토레스에게 메달을 받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대니엘은 “수영을 열심히 해서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자매는 뉴욕 맨해튼의 집으로 메달을 가져가 벽에 걸어두었다.

어머니 니콜 퐁 씨는 최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토레스와의 만남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아이들은 스타란 존재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자신들도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자매는 자라면서 키가 많이 크지 않아 수영에서 사격으로 종목을 바꿨지만 올림픽 출전의 꿈은 버리지 않았고 결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란히 미국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샌드라는 여자 소총 3자세에서 2위로 대표 자격을 땄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대니엘은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다.

한편 토레스도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이번 대회 여자 자유형 50m 금메달 후보. 미국에선 인간 승리의 상징이다.

토레스는 딸 테사 그레이스(2)를 낳은 지 1년 남짓 된 2007년 8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40세의 나이로 자유형 100m에서 우승했다. 이어 자유형 50m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미국 기록을 경신해 미국 전역을 놀라게 했다. 토레스가 이 종목에서 미국 기록을 처음 세운 것은 무려 25년 전인 15세 때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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