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위해 한국 유턴 조항우 씨, 8년만에 국내 챔프로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영어 교재 한 권과 카레이싱 잡지.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 종류의 서적은 그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적인 어학교재 회사인 로제타스톤의 한국 총판 로제타월드의 조항우(33·현대레이싱·사진) 사장은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CJ 슈퍼레이스에서 종합 우승한 카레이서다.

조 씨는 올해 CJ 슈퍼레이스에서 새로 시작한 엔진 6000cc급 자동차 경주 부문 슈퍼 6000 클래스로 옮겨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한편 국가대항전 성격의 국제대회 A1 그랑프리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어학교재 회사 사장과 카레이서. 별로 연관성이 없는 직업이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 씨는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해외교포.

생애 처음 내뱉은 영어 단어가 ‘카(car)’일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했던 소년은 22세의 늦은 나이로 카레이싱에 입문했다.

카레이서를 하려면 집이 부자이거나 스폰서를 잡는 게 필수. 하지만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늦깎이 동양인 새내기’에게 기회는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

1999년 무작정 입국한 그는 영어강사로 생활비를 버는 한편 카레이서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고 다행히 스폰서를 구해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조금씩 성적을 올리며 경력을 쌓은 그는 입국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마침내 국내 챔피언에 올랐다. 영어강사 경력은 자연스럽게 어학교재 사업으로 이어졌다.

카레이싱에 관한 한 그는 여전히 배고프다. 국제무대 진출의 꿈이 아직 남았다.

“한국에서 1, 2년 경력을 쌓아 유럽으로 진출하려 했는데 벌써 8년이나 흘렀네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꼭 국제무대에 서 보고 싶어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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