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급’ 실력… ‘이글급’ 외모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이달 중순에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클래식은 개막 이전부터 많은 골프 팬의 관심을 모았다. 세계 ‘섹시 골퍼’ 1위로 선정됐던 애너 로손(호주), 모델 출신의 고가 미호(일본), 최나연(SK텔레콤), 홍진주(SK에너지), 김하늘(엘로드) 등 한미일 투어의 대표적인 미녀 스타가 대거 출전했기 때문이다.》

○ 필드 휩쓰는 ‘선남선녀’

선남선녀(善男善女)는 성품이 착하다는 뜻 외에 곱게 단장을 한 사람을 일컫는 말. 국내 필드에 실력을 겸비한 선남선녀들이 늘고 있다.

남자의 경우 지난해 홍순상(SK텔레콤)이 엑스캔버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얼짱 골퍼’로 이름을 알린 뒤 외모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 올해 2승을 거둔 김형성(삼화저축은행)은 ‘스마일 맨’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평소 활짝 웃는 얼굴에 매너가 좋아 인기가 높다.

여자는 미국 무대에서 여러 차례 섹시 골퍼로 뽑혔던 박지은을 시작으로 2003년 안시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한 뒤 본격적인 ‘얼짱 열풍’이 불었다.

올해 생애 첫 승을 올린 골퍼들 가운데도 눈에 띄는 선수가 많다. 신인으로는 처음 국내 대회 데뷔전에서 우승한 유소연(하이마트)이 서글서글한 외모로 관심을 끌었고, 2승을 올린 김하늘은 대회 마지막 날 즐겨 입는 하늘색 옷이 잘 어울려 ‘하늘 공주’로 불린다. 데뷔 4년 만에 우승컵을 안은 홍란(먼싱웨어)도 손꼽히는 ‘미녀 골퍼’다. 대기 선수 신분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해 5번이나 톱10에 들며 신인왕을 노리고 있는 최나연은 뚜렷한 이목구비에 보이시한 매력까지 갖춰 누리꾼 사이에서 최고 얼짱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SK텔레콤 골프 담당 안지환 매니저는 “후원 선수를 선정할 때 실력과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지만 기업 이미지와 부합하는 이미지도 중요한 요소다. 최나연과 홍순상 등은 그런 케이스”라고 말했다.

○ 자신만의 개성 살려야

스포츠는 성적이 우선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수는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2000년 LPGA투어에 데뷔한 내털리 걸비스(미국)는 눈에 띄는 외모와 패션 감각을 지녔지만 “골프보다 외모로 버틴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걸비스는 지난해 메이저급 대회인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비로소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났다. 로손은 “선수가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을 ‘성(性)상품화’라고 비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더 멋있게 보이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국내 최다승(43승) 보유자인 베테랑 최상호(53·카스코)는 “예전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선수들은 용품이나 의류 스폰서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 기회를 살려 이미지를 가꾸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강 신지애(하이마트)는 ‘미소 천사’ ‘기부 천사’ 등 별명이 많다. 최고의 실력과 성품을 갖춘 ‘선녀(善女)’로 그만큼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프로라면 외모를 포함해 자신만의 개성을 갈고 닦는 것이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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