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플러스]히딩크의 매직 3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선수 휘어잡는 카리스마

지칠줄 모르는 체력 강조

상황별 절묘한 전술변화


‘네덜란드, 한국, 호주, 그리고 러시아.’

그가 맡으면 강팀이 된다.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 축구의 변방 러시아를 4강에 올려놓는 ‘마법’을 보여준 거스 히딩크(62·사진) 감독. 그에겐 대표팀을 이끄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 그래서 한국 축구팬들에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심리학의 대가

히딩크 감독은 2006년 7월 러시아대표팀을 맡은 뒤 훈련 때 지각을 일삼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에게 “지각생은 필요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출중한 기량에도 나태한 정신력을 보인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드미트리 토르빈스키 등 신예들을 대거 발탁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했고 16강에 오른 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듯 다양한 수사로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에도 늘 “나는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네덜란드를 이기는 게 반역자라면 나는 조국의 반역자가 되겠다”고 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골잡이 이반 사엔코는 “히딩크 감독은 늘 ‘우리는 어떤 팀도 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박지성’으로 떠오른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히딩크 감독은 믿고 따르고 싶다. 이번 대회 최고 승자는 감독이다”라고 말했다.

○ 축구는 강철 체력이 기본

2001년 한국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당시 기술위원장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에게 “한국축구대표팀의 문제는 체력”이라고 했다. 한국의 강점이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믿고 있던 이 교수로선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비디오 영상은 경기 시작 10분도 안 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체력 강화에 힘썼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의 기본을 체력으로 본다. 이번에도 유로 2008 개막을 앞둔 5월 말부터 독일에 트레이닝캠프를 차리고 선수들에게 체력훈련을 시켰다. 국내에 ‘파워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훈련을 그대로 시킨 것이다. 하루 2회의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면서 ‘사흘은 강하게, 사흘은 약하게’ 하는 주기화 훈련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22일 네덜란드와 연장까지 120분간의 혈투를 치르면서도 선수들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보여준 배경이 여기에 있다.

○ 축구 박사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1-4로 대패하자 히딩크 감독은 로만 시로코프와 드미트리 시체프를 빼고 이그나셰비치와 토르빈스키를 그리스전에 투입했다. 또 스웨덴전 때는 퇴장으로 앞선 두 경기에 결장한 아르샤빈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투입해 중원을 두텁게 하는 전술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2연승.

히딩크 감독은 상대에 따른 전술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기본적인 체력부터 전술까지 어떻게 선수들을 훈련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러시아에선 ‘히딩크가 말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말이 생겼다. 히딩크 감독이 하라고 해서 안 된 게 없기 때문.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에게 시민권 증정을 제안했다.

히딩크 내달 2일 방한

한편 히딩크재단은 23일 “히딩크 감독이 기부한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 ‘제2호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 참석을 위해 다음 달 2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제2호 드림필드는 포항 한동대에 마련됐고 7월 4일 준공식을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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