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 유로2008 리포트] 러시아 벌떼전술 빛났다

  • 입력 2008년 6월 20일 08시 49분


마치 꼭꼭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드러난 도시처럼 아름다운 인스브루크의 티볼리 구장에서 D조 마지막 경기인 러시아-스웨덴전을 관전했다. 전술운용의 대가인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가 로만 파블류첸코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득점으로 스웨덴을 가볍게 꺾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러시아의 안드레이 아르샤빈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 당하는 바람에 본선 2경기를 뛸 수 없었지만 이 날 러시아 최고 스타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섀도우 스트라이커 아르샤빈은 스웨덴을 시종 위협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히딩크의 우려와는 달리 후반 5분에는 추가골 까지 넣어 러시아를 8강에 올려놓는데 일조 했다.

러시아는 경기 초반과 후반부에 주도권을 쥐었다. 기동력, 전술적인 운용과 선수들의 투지에서 압도한 러시아를 막기에 스웨덴은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필자는 두 가지 금칙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전술운용에서 미드필드의 수적 우위는 경기를 지배할 수 있으며, 좋은 기회를 만드는데 유리하다는 보편적인 이론에 대한 확인이다. 히딩크는 스웨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4-4-2 전술에 양 측면 크로스에 주력하는 스웨덴을 겨냥한 미드필드 운용은 현란했다. 스웨덴 두 명의 미드필더를 무력화시키고, 공격과 수비에서 효율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위한 4명의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포진시키고 서로 위치를 바꿔가는 전술운용이었다. 공격 때는 상대로 하여금 마크에 혼란을 주게 했으며, 수비 때는 강한 압박의 미드필드 운용으로 스웨덴을 절망하게 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문을 열어놓고 나가서는 오히려 뒤죽박죽만 될 뿐이란 사실이다. 스웨덴은 후반 경기종료 12분을 남기고 0-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처방을 했다. 수비수 미카엘 닐손을 빼고 스트라이커 마르쿠스 알베크를 투입하며 수비 3명, 미들 4명, 중앙 스트라이커를 3명이나 포진시키는 3-4-3 형태로 극단적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오히려 러시아를 이롭게 할 뿐이었다. 러시아는 수비하다가 볼만 끊으면 곧바로 역습으로 연결, 추가 득점에 가까운 찬스를 엮어냈다. 러시아의 후반 완전한 득점 기회 7번 중 4번이 이 시간에 나왔을 정도다. 후반 스웨덴의 득점 기회는 한번도 없었다.

이로써 러시아는 히딩크의 벌떼 전술이 효력을 보면서 8강전에 올랐으며, 히딩크는 모국인 네덜란드와 맞붙게 된다. 젊은 마르코 반 바스텐과 히딩크의 전술운용 대결, 벤치의 신경전과 서로 스타일이 비슷한 네덜란드의 베슬리 슈나이더와 러시아의 명실상부한 스타 아르샤빈의 대결이 새로운 흥밋거리로 떠올랐다.

하 재 훈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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